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숨은 1cm 찻집을 찾아

가까운 곳에서 ‘짬’을 내 한적함을 부리고 싶은 이가 있다. 아침마다 남편과 아이들의 게으름을 깨우기만 하다 한번은 나 자신도 게을러지고 싶다고 느끼는 주부들이다.

집에서 여유를 즐기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의 대답은 당연히 ‘글쎄~’다. 집은 남편과 아이들에게 여유의 공간이지만 그들에게는 집안 일이 가득한 ‘일터’와 같은 공간이다. 그렇다고 먼 곳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유치원?학교 마치고 돌아올 아이를 생각하면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느는 곳이 있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지 속에 숨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찻집이다. 차가 커피만큼 대중화되면서 찻집이 도심 속에 고즈넉이 자리잡고는 늦은 점심 주부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때로는 부담 없이 여담을 나누는 공간으로, 가끔은 책장을 넘기며 젊은 날 낭만을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에 꼭꼭 숨어 주부들의 마음을 당기는 찻집을 소개한다.

▲ 창원 '솔발이야기' 입구
△창가 가득 초록 만발한 창원 상남동 ‘솔밭이야기’

‘저녁을 먹고 나면/허물없이 찾아가/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구절이 먹을 머금고 한지에 알알이 박혀 있다. ‘ 팍팍한 도심’속에 사는 외로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글귀다.

시는 주인 김길자씨의 아기자기한 멋에 담겨있다. 둥근 채가 액자가 되고 밋밋한 벽이 원고지가 된다. 시 뿐만 아니라 갖가지 소품들도 다양한 멋을 품고 있다. 옛 문짝에 한지가 겹겹이 엉겨 있다. 찻집을 은은하게 밝히는 등도 한지가 살짝 보듬고 있다. 김씨의 마음이 담긴 인테리어다. 엉성하지만 정성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솔밭이 가장 으뜸이다. 찻집을 들어설 땐 분명 주택과 아파트가 눈에 먼저 들어왔는데 찻집에 들어서 창가를 내다보니 솔들이 오순도순 등 부비는 솔밭만 창가에 담겨져 있다.

비가 오면 손님이 더 북적인다. 빗방울이 창가에 촉촉이 안기면 솔밭은 또 다른 자연을 만나 초록을 맘껏 발산하기 때문이다.

여담을 나누며 녹차를 한잔 적시는 이들은 대부분 30~40대 주부들이다.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조촐한 계모임도 자주 열린다.

김씨는 차의 대중화가 찻집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고 말한다.“예전 같으면 찻집은 도심과 뚝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 다도를 알아야만 갈 수 있는 곳 같아 발길 한번 닿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죠. 차가 비타민 비율이 높고 중금속 제거나 해독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피만큼 대중화됐고 찻집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10가지 차와 파전?명태전 등 비가 오면 생각나는 간단한 오찬도 준비돼 있다. 대추차와 오미자차는 주인이 직접 우려낸다. 창원 상남동 사무소 솔밭 인근 주택가 1층에 있다. (055)274-0605.

▲ 고가구로 가득찬 마산 '오우정' 내부
△고가구 은근한 멋 촉촉한 마산 ‘오우당’

줄줄이 늘어선 마산 삼계리 아파트 사이에 꼭꼭 숨은 찻집이 있다. 고가구를 둘러보면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오우당이다. 금방이라도 나비가 날아들 것 같은 화려한 나비장부터 작은 물고기가 떼지어가는 조그만 찻잔까지 갖가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고가구와 차 도구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눈이 즐겁다.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부터 딸아이 혼수를 보러온 중년여성까지 인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하나같이 마치 멋진 전시회를 찾은 듯 감탄을 자아낸다.

차는 2층에 마련돼 있다. 고가구들에 둘러싸여 2층에 오르면 여러 고가구 뒤로 아담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녹차?철관음?매밀?국화차 등 10여가지 차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차를 음미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모든 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5000원이면 충분하다.

“손님들이 고가구를 보면서 부담없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원한다면 제가 말 친구가 돼 드리기도 하죠.”

주인 김경애씨의 넉넉함과 소탈함도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이다. 마산 내서읍 삼계초등학교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055)232-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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