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계산은 따로’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가 중반에 접어들수록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두 서울팀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두산은 시즌 초반 부진을 서서히 씻으며 어느새 4위를 노릴 정도로 상위권팀과의 게임차를 줄인 반면, LG는 이렇다할 상승세를 타지 못하며 어느새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와 꼴찌경쟁에 들어갔다.

두산은 2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반면 LG는 3년 연속 6위에 머물며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 두산은 주포 김동주의 부상으로 인한 타격침체, 박명환의 부진탓에 한때 7위까지 처졌다.

   
LG는 믿고 데려온 두 외국인투수가 부상, 부진으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며 두산과 함께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5월 14일 순위표에는 두산이 10승 15패 2무로 6위, LG가 10승 18패 1무로 사이좋게(?) 6, 7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단 1.5게임차였다.

그러나 최근 두산은 상승세를 타며 LG와 거리를 멀리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거둬 어느새 4강 가시권에 들어왔다. 특히 최근 LG를 제외하고 현대, 한화, 삼성 등 상위권 팀과 경기를 했지만 삼성전을 제외하고 현대전에는 3승, 한화전에서는 2승 1패를 기록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 상승세의 발판에는 박명환의 활약이 숨어있다. 박명환은 시즌초 부진해 팀의 원투펀치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지만 최근 5번의 선발등판에서는 4승 1패에 1.15라는 경이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있다. 그리고 올시즌 팀의 가장 골칫거리였던 부진한 타격에서는 롯데에서 이적해 온 최준석이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려 김동주가 빠진 중심타선에 힘이 되고있다.

반면 LG는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에는 마무리투수 부재, 부상선수들의 속출이라는 변명거리라도 있었지만 2주 전부터 새 외국인 마무리투수 버디 카라이어가 합류했으며 대부분 전력이 정상가동되고 있는데도 LG가 추구했던 ‘신바람 야구'는 먼 옛 말처럼 들릴뿐이다.

두산, LG전 싹쓸이하며 중위권 도약 교두보 마련

두산과 LG, ‘한 지붕 두 가족'이 2일부터 4일까지 주말 3연전에서 맞붙었다. 그리고 이 3연전은 두 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두산은 LG에 3경기 모두 승리하며 4위 SK와 KIA에 1.5게임차로 따라붙었으며, LG는 최하위 롯데에 반게임차로 쫓기게 됐다.

두산은 3연전 모두 선발투수들이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특히 3일 경기에 선발등판한 금민철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2일과 4일 경기에서는 맷 랜들과 박명환이 LG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팀승리를 이끌었다.

타선에서도 롯데에서 이적해온 최준석이 2일과 3일 경기에서 이틀연속 결승홈런을 때려내며 김동주의 공백을 메웠다. 롯데에 있을때만 해도 ‘그저그런' 대타 중 한 명이었지만 두산으로 옮겨온 후 최준석은 팀의 당당한 5번타자가 됐다.

반면 LG는 팀타선이 두산 마운드에 철저히 막혀 이렇다할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3일 경기에서 이순철 감독은 심판에게 거친 항의를 하다가 퇴장당했으며, 팀의 공식서포터스인 ‘피버스'는 외야에서 침묵시위와 함께 ‘순철아 우리는 네가 정말 창피하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그동안 LG의 몇몇 팬들은 이순철 감독의 능력과 여러 행동에 대해 많은 불만을 품어왔고, 바로 3일이 이 불만을 실천에 옮기는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날 이순철 감독이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당했고, ‘피버스'가 준비한 플래카드 문구는 당일 이순철 감독의 행동과 맞아떨어져 씁쓸함을 남겼다. LG로서는 ‘검은 토요일'인 셈이었다.

두산과 LG는 두산(당시 OB)이 서울로 옮겨온 1985년 이후 선의의 라이벌로서 프로야구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해왔다. 두산(당시 OB)이 1위, LG가 3위를 차지했던 1995년에는 540만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프로야구의 봄'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두 구단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올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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