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별 영향 없어"...지율 "차라리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도롱뇽 소송’으로 널리 알려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원효터널의 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 재항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기각한다는 최종 결정을 소송 제기 3년만에 내렸다.

▲ 단식을 강행하며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던 지율스님이 포크레인 앞에서 공사저지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일 도롱뇽과 ‘도롱뇽의 친구들’(대표 지율스님)·내원사·미타암 등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낸 천성산 터널공사 착공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내원사 산감(山監) 지율스님 등은 2003년 10월 15일 울산지방법원에 가처분 결정을 신청했는데 이듬해 4월 법원은 터널 공사로 지하수가 새거나 무제칟화엄늪 같은 산지 습지가 메마를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밖에도 도롱뇽을 내세운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자연물은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법률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각하했고 터널 공사가 중단되면 경부고속철 완전 개통이 늦춰져 공공의 이익이 엄청나게 침해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지율 스님 등은 곧바로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했고 부산고법도 2004년 11월 같은 이유로 기각했으며 대법원은 그 뒤 이뤄진 재항고를 두고 정부와 철도시설공단, 지율스님이 환경영향 공동 조사를 진행하는 등 이유로 미뤄진 결정을 이날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철도시설공단은 도롱뇽의 친구들이 주장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 변화 정밀 조사를 했고,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의 검토 의견에도 터널 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조사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지율스님 등이 단층이나 지하수 등으로 말미암은 안전 위협과 천성산 일대 습지들과 자연 환경 보호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최초 환경영향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새로운 사정이 발견된 사실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러나 공단은 대안 설계 과정에서 지율스님이 문제 제기한 단층대 등의 지질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설계와 공법에 반영했다”며 “현재로는 터널 공사로 환경 이익이 침해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지율스님의 주장을 배척하면서도 “공단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게 보장하고 나아가 후손에게 이를 물려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공단은 환경영향평가를 했다 해도 전에 고려되지 않은 새로운 사정이 생겨 환경이익을 침해할 개연성이 나타나면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하거나 환경이익 침해를 예방할 알맞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렸다. 먼저 도롱뇽의 소송 당사자 적격에 대해서는 “도롱뇽 같은 자연물이나 자연 자체는 소송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종전 입장을 지켰다. 또 헌법에 규정된 환경권을 바탕 삼아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다른 개인·단체에 대해 공사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종전 판례대로 “그렇게 청구할 권리는 없다”고 되풀이 밝혔다.

이번 판결을 두고 대법원은 “여태 지켜온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국가에 준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시행자’(여기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해서는 자연환경 유지와 보존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책무를 매겼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또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국책 사업에서 건설과 환경 이익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했으나 지율스님은 같은 날 부산 연제구 전교조 부산지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지율스님은 이날 회견에서 “천성산 단층대와 지하수 유출 등이 들어 있지 않은 2003년 대한지질학회 보고서로 대법원이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앞으로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소송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1994년부터 다섯 차례나 환경영향평가를 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안돼 지난해 공동 조사를 새로 했는데 이 결과가 아닌 옛적 보고서를 토대로 결정을 내렸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번 결정은 터널 공사로 지하수가 하루에 144t씩 빠지는 천성산의 현실과 반대된다”며 “3월부터 날마다 천성산에서 유량 조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환경 파괴 징후가 나오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이날 “이번에 법원이 내린 결정이 옳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며 “차라리 내가 틀려서 욕을 먹고 천성산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서 고속철도 터널 공사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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