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로 열린우리당은 추락을 넘어 거의 몰락 단계까지 온 것 같다. 불과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이 당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무능력과 독선’ 때문이라는 진단이 가장 일반적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잘못된, 그리고 위험한 진단이라고 본다.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도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중병이 걸린 사람에게 잘못된 처방은 죽음이다.

   

진짜 원인은 너무나 간단하다. 개혁 정당이 전혀 개혁적이지 않은 정당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똑똑한 척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은 보수, 열린우리당은 개혁,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지금 열린우리당은 개혁정당이 아니다. 그럼 뭔가. 그건 ‘잡탕 정당’이다.

가까운 데 있는 사람들부터 한번 보자. 김혁규 의원이 과연 개혁적인 인물인가. 그 사람 원래 한나라당 사람 아닌가. 그가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 나는 경남도청 출입기자였다. 내가 겪은 그는 온통 보수적인 세계관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한나라당 도지사가 열린우리당으로 오면 보수적인 경남사람들의 민심도 어느 정도 따라올 것이라는 유치한 계산 때문에 비례대표 1번까지 주면서 빼간 것 아닌가.

치졸한 영남 포섭전략에서 비롯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됐나. 전혀 안됐지 않은가. 이쯤되면 그 계산이 얼마나 졸렬한 것인지 입증된 것 아닌가.

유일한 경남출신 지역구 의원인 최철국 의원은 과연 개혁적인 인물인가. 내가 볼 땐 그도 결코 아니다. 지금은 의원이 아니지만 김맹곤 전 의원은 어떤 사람이었나. 마찬가지였지 않은가.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왔던 장인태 행자부 제2차관, 지적공사 사장으로 가 있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 한국한공우주산업 사장이자 규제개혁위원장인 정해주씨 등…. 이름을 대자면 이 지면이 비좁을 정도지만 급수가 좀 낮은 사람은 일단 빼자. 이렇게 과거 민자당에서부터 자민련·신한국당·한나라당 인사들까지 영입해 경남의 보수표를 얻어 보려는 한심한 작태만 보여온 게 바로 오늘의 열린우리당 아닌가.

어제 <오마이뉴스>를 보니 유창선이라는 정치평론가는 나름대로 열린우리당에 충고를 한답시고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새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놓았다. 내가 볼 땐 이것도 한심한 소리다. 열린우리당이 창당 초심이라는 게 있긴 했나.

경남에서 개혁신당이란 이름으로 열린우리당을 처음 만들 때 ‘개혁적 전국정당 건설을 위한 경남추진위원회’라는 기구에 상임고문이 누구였는지 아는가. 그 이름도 유명한 박창식 창원상의 회장이었다.

토호 척결 못하면 말짱 도루묵

그는 창당 후 치러진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작년 말 한나라당 도지사 등과 함께 관제데모를 열어 노무현 정권 화형식을 열고 노무현 대통령 생가 앞에서도 데모를 했던 진해신항만 관련 기구의 공동위원장인 줄은 아는가.

이처럼 열린우리당은 토호 척결은커녕 배제도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끌어들이면 뭔가 될 줄로 착각했던 지능지수 한자릿수의 정당이었다. 그런 비아냥을 사도 쌀만한 이유가 있다. 김대중 정권의 그런 시도가 100% 실패한 걸 뻔히 보고도 반복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김대중 정권은 동진정책이란 걸 통해 영남을 달래보려 했고, 제2건국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영남 토호세력을 그 조직에 포섭하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허무했다. 앞서 거명한 박창식씨가 대표적 사례다. 새정치국민회의 정권 초기 도당 후원회장까지 맡았고, 제2건국위에도 적극 참여했지만 정권말기가 되자 곧 돌아서 버렸다. 오죽하면 내가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말까지 만들었을까.

돌아갈 창당 초심이 없는 정당이 선택할 일은 뭘까?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해체하고 보수적인 사람은 보수정당으로, 진보적인 사람은 진보정당으로 각각 찢어지면 되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개혁정당답게 인적청산을 하고 과감히 토호 척결에 나서보라. 더 손해 볼 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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