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목표가 학력 향상뿐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수학 과목의 학업성취도 측정 결과를 가지고, 학력차를 인정해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이 있다.

조선,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신문들은 지난 2003년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3)에서 학교간 학력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내신 성적 반영비율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경남도민일보 자료사진
이들 신문은 서울의 한 외국어고를 예로 들면서 ‘응시학생의 72%가 전국 상위 4%(2008년 기준 내신 1등급)에 들어가고 23%의 학생들이 2등급에 해당하는 전국 상위 11% 안에 들었다’며 학력차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응시학교 138개교 가운데 45개(일반계 11·실업계 34) 학교’나 된다면서 평준화를 포기하고 고교입시를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OECD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는 수학과목 뿐만 아니다. OECD 참가국 40개국의 만 15세 학생, 28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문제해결력은 소양점수 1위, 읽기 소양점수 2위, 수학 소양점수 3위, 과학 소양점수 4위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분야에서 금, 은, 동 모두를 섭렵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수구신문들은 수학성적 한 과목을 예로 들어 ‘전국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응시학교 138개교 가운데 45개 학교’라며 평준화를 문제의 주범으로 매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학교는 평준화된 게 아니다. 전국에서 평준화를 실시하는 지역은 전체 고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영재학교를 비롯한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등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사실상 서열화된 것이 우리나라 고등학교 현실이다. 더구나 ‘상위 11%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45개 학교’나 된다지만 따지고 보면 그 중 실업계 학교가 34개 학교나 된다. 사실상의 평준화가 무너진 현실을 외면하고 그것도 수학 한 과목을 전체 과목으로 호도해 평준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경제개발과정에서 피해자가 되다시피한 농어촌 지역 학생들과 부모의 경제력으로 고액과외를 받는 학생들을 놓고 한 줄 세우기를 하자는 것은 양심도 없는 소리다. 언론으로서 정도를 포기한 수구언론들은 내신반영 공평성 주장에 앞서 양심회복부터 해야겠다.

생각주머니

◇고등학생들의 학력차를 인정해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학력격차와 내신 문제에 대해 각 신문 사설에서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봅시다.


   
△동아 5월 9일 ‘學力격차 외면한 채‘내신 입시’우기는 교육부’

△조선 5월 8일 ‘고교간 학력 격차가 바다처럼 넓고 깊은데’

△문화 5월 8일 '고교 학력차 극심한데 ‘내신 50%’ 고집할 건가'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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