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피해 보상요구 주민과 맞서다 극단조치

속보 = 환경피해 보상을 두고 주민들과 맞서오던 진해중공업㈜가 17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17일자 6면 보도>

진해중공업은 이날 오전 진해시 속천동 회사 정문 앞에 직장폐쇄 안내문을 내걸고 지게차로 출입구를 막았다. 이날 내걸린 안내문에는 “진해중공업㈜는 조선소 인근 주민들의 작업방해로 인해 공사를 중단하게 되었으며, 더 이상 정상 작업이 불가함에 따라 직장을 아래 일자로 폐쇄함을 공고합니다”라고 돼 있었다.

▲ 17일 진해중공업 정문앞에 직장폐쇄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가운데 지게차가 정문을 막고있다./정성인 기자
이처럼 직장 폐쇄를 한데 대해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영업도 않고 차기 사업이 구상될 때까지는 폐업하겠다는 뜻이다”며 “공사중이던 1만3200톤급 플로팅 독도 선주사에게 가져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선주사와 납기 및 계약 불이행에 대해 다투다 보니 주민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민사적인 책임을 물을 것에 대비해 실무선에서 법률 검토와 자료 준비는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천 대죽동 주민들은 회사의 이같은 조치가 실제 폐업하려는 것이기보다는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더 강경하게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과정 = 짧게는 지난 1월, 길게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진해중공업-속천 주민간의 갈등이 물대포 ‘전쟁’으로 번지고 막가는 감정 대립으로 확산되면서 직장폐쇄까지 이르도록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속천항에서 세칭 ‘나가야 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진해중공업은 IMF 전까지만 해도 ‘철공소’ 수준의 조선 수리업을 하는 회사였다. 그러나 부도 이후 2002년 창원의 동환산업이 인수하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부터 주민과 갈등을 겪어왔다.

2004년 stx 조선에서 발주한 대형 바지선을 건조하면서 수백m에 이르는 바지선이 바다를 점용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속천항에서 조업을 나가는 길목을 대형 바지선이 가로막고 있어 사고 위험이 높은데다 소음, 페인트 가루 같은 먼지, 진동 등 주거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해 12월에 진해중공업과 주민들은 3개항을 합의했으며 회사는 마을에 발전기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다. 또 8개항에 걸쳐 양측이 환경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확약서도 작성했다.

이같은 합의 이후 stx 바지선 건조를 마쳤지만 한동안은 대형 바지선 작업이 없어 민원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삼성중공업의 대형 바지선 수리, 그해 10월부터는 흥우산업의 1만3200톤급 플로팅 독 건조가 시작되는 등 대형 공사가 시작되자 주민들도 민원을 제기했다.

올들어 주민들은 각종 환경오염 행위를 신고하는 한편 회사와의 면담을 하면서 환경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

주민 “협상 유리하게 진행하려는 술책” 비난

이 과정에서 진해중공업은 공장소음, 비산먼지 등이 환경기준치를 초과해 고발당하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주민들은 진입로를 막고 작업을 방해하는 등 급격히 악화됐다.

급기야 지난 3월 5일 새벽 3시께 작업 자재를 회사로 반입하려는 것을 주민들이 가로막으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 주민 12명과 회사 직원 6명이 다쳤으며 서로 폭행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주민들은 법원에 작업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3월 9일에는 고동환 동환그룹 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 주민들이 요구하던 마을발전기금 1억원보다 많은 1억2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시하면서 극적인 타결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과는 별도로 부상 주민들의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결국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 쟁점 = 주민들의 요구는 크게 △환경 피해 보상 및 재발 방지 △도시계획도로 개설 협조 2개항목으로 압축된다.

주민들은 공장이 있는 대죽동 일대가 준주거지역인데도 야간 작업까지 하고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방진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페인트 칠을 하는가 하면 야간에 차광막 없이 용접을 하고 소음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실제 시가 조사한 점검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비산먼지로, 2월에는 소음 발생 기준 초과로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검찰에 고발당했다.

도시계획도로 개설 문제도 환경 분쟁으로 인해 꼬이고 있다. 대죽동을 지나는 도로는 폭이 3.5m에 지나지 않아 자동차 교행이 불편하고 시내버스도 못다니고 있다. 시는 이곳에 도시계획도로를 내기 위해 진해중공업의 일부 땅을 수용키로 하고 지난해 말 토지 보상까지 마쳤다. 그렇지만 인근의 다른 수용 토지에 있는 건물 등 지장물은 강제철거를 하면서도 진해중공업의 담장 등은 강제철거를 않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에 맞서고 있는 진해중공업측이 회사 내부 일정을 들어 강제 철거를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 전망 = 현재로서는 일이 어떤 쪽으로 풀려갈지 장담할 수 없다. 회사측은 ‘위협용’이 아니라 실제 폐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주민들을 위축시켜 유리하게 협상을 진행하려는 술책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실제 폐업에 이를 수도,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진해중공업측이 지난 3월 초 합의 직전까지 갔던 이후로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양측의 감정 대립이 워낙 첨예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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