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후 사회로 과학문명의 장단점 보여줘



30년 전과 비교해서 지금 우리의 생활은 많이 편해졌죠. 그때만 해도 동네에서 전화가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은 집집마다 전화는 물론이고, 개개인이 이동전화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죠.
또 전기는 도시에만 들어와 있었고, 막 시골에 전기가 들어가던 그런 시기였죠. 그러나 그때는 전화나 전기가 없어도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통신시설 화재로 겨우 몇 시간 전화가 되지 않아도, 몇 분 정전이 되어도 우리는 엄청난 고통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그동안 우리는 과학문명의 편리함만 생각하고, 과학문명이면에 숨은 그림자를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러면 앞으로 30년 후의 삶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과학문명 없이는 아무런 생활도 할 수 없는 과학의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요.
이 책을 쓴 작가 안미란은 우리지역에 살고 있는 작가로 어린이 문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예요. 먼저 쓴 책으로 〈너 먼저 울지마〉(사계절)가 있으며, 예전에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고, 이 동화로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는 제5회 ‘좋은 어린이 책’원고 공모에서 창작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어요.
얼마 전 우리나라 종묘회사가 모두 외국기업에 넘어갔다는 소식이 있었죠. 이젠 우리나라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우리가 농산물을 사 먹을 때마다 우리는 외국에 그 값어치를 주는 것이 되어 버렸어요. 작가는 이런 고민속에서 이 동화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모든 생활이 과학의 지배를 받고, 또 문명의 혜택에서 소외 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자주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어질 것인가를 이 책에서는 보여 주고 있어요.
이미 모든 씨앗이 외국계 종묘회사로 넘어 가버린 상태에서 박물관 옆에서 몰래 키운 쑥갓꽃에서 계속 씨를 내려 받아 원래 우리 쑥갓 종자를 복원시키려는 진희 아버지와 어릴 적 친구였지만 지금은 외국 종묘회사의 하수인이 되어 좋은 땅을 외국 종묘회사에 넘기려는 게리 엄과의 관계와 사회를 통제하는 중앙제어 시스템이 고장났을 때 올 수 있는 재앙에 대비하는 훈련은 이 동화가 앞으로 30년 후의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문명의 장단점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해요. 안미란 지음.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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