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인가

전두환 군사정권시절, 운동권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이 없는 나라는 주권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일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국군통수권이 국가원수에게 있는데(평시에는) 어떻게 군 병력을 동원해 대대손손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민초들을 내쫓고, 저항하는 농민들에게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추방작전을 쓸 수 있을까?

▲ 오마이뉴스 제공
마을을 뺏기지 않겠다는 700여명에 불과한 대추리 주민들의 저항은 공병, 경찰특수기동대, 용역깡패 등 1만2000명과 헬기와 살수차, 물대포까지 동원해 피신한 300여명 전원을 연행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대추리는 평온을 찾았지만 평택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치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평택미군기지 건설 계획이란 이른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속에서,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전쟁기지를 한반도 땅에 마음대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도 마찬가지지만 국가간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국민과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국의 군·경찰 병력으로 야만적인 폭력으로 진압한다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폭력이다.

계엄령이 선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인이 어떻게 동원되었는지, 미군기지 건설이 자국민의 인권이나 생존권보다 소중하다는 식의 진압은 문민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정부가 아닌 군사정권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택 대추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상식을 초월한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약속했던 국방부가 단 하루 만에 약속을 뒤엎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농토를 갈아엎으려 굴착 공사를 시도하고, 4월 7일에는 농수로마저 끊어버린 처사에 주민들은 망연자실해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에 밀려, 대대손손 평화롭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민초들에게 무조건 땅을 내어주라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5월 4일 대한민국 경찰과 군대가 평택주민을 무차별폭력으로 진압하고 저항하는 주민들을 연행함으로써 상황은 끝났다. 그러나 삶의 터전인 농지를 빼앗기고 무차별 폭력으로 짓밟힌 농민들의 상처와 국민들의 불신은 어떻게 씻을 것인가?

오월 광주민중항쟁을 방불케 한 군사작전과 전쟁포로에게나 할 수 있는 군인들의 민간인 포박과 폭행은 정당한 법집행이 아니다. 정부는 평택주민에 사과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생각주머니

◇평택사건의 전말을 조사해 봅시다.

◇평택주민들을 무차별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은 정당한 방법인지 알아보고, 국군통수권이 무엇인지 알아보세요.

△ 부산일보 5월6일 ‘공권력마저 짓밟은 평택 과격시위’

△ 한겨레 5월4일 ‘대추리 사태’ 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다’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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