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굴욕’?

조선일보가 베트남 여성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을 선택한다는 내용의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기사(4월 21일자)를 게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실 그대로 보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베트남인들은 조선일보사 앞에서 규탄 시위를 열었으며, 보반끼엣 베트남 전 총리와 하티키엣 베트남 여성연합회 주석은 분노와 치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베트남의 유력신문 <뚜오이쩨신문> 레호앙 편집국장이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통해 “국제 결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이 자기 이익을 위해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해 온 사실에 분노한다. 그들은 베트남 여성을 상품처럼 진열해 놓고 마음대로 골라가게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최근 ‘저질 국제결혼 보도로 나라 망신시키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조선일보가 베트남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전체 베트남 국민을 모욕하는 기사를 실어 베트남 각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을 위한 맞선현장을 취재한 이 기사는 “한국에서 결혼이 어려운 한국 남성들도 적은 돈을 들여 젊은 베트남 여성들을 신부로 구할 수 있다는 결혼정보회사의 광고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제결혼, 상품화 비하해 비난 빗발

민언련은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베트남 여성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남성에게 선택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베트남 여성은 물론 베트남 국민 모두에게 굴욕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민언련은 “맞선 현장의 사진을 모자이크도 없이 처리하고,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고 설명을 붙인 부분 등 베트남 여성 비하 표현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라고 언급했다.

민언련은 “조선일보가 반인륜적 저질 보도로 한국 언론과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든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젊은 베트남 여성이 아침 제단에 향을 피우면서, 좋은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상에게 빌면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고 적고 있으며, 가슴에 번호표를 단 베트남 여성을 한국인 남성이 고르는 장면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이 맞선 이후 병원으로 가서 에이즈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전쟁 치르듯이 해치운다고 묘사하고 있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 2월 25일과 3월 14일자 ‘준비된 베트남 신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라는 문구의 광고를 게재해 독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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