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신고 조항 따른 요구에 헌법소원 제기

신문법 16조에 따라 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장행훈, 이하 신문위)가 5월 말까지 자료신고를 요구하자 조선·중앙일보 등의 일부 신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동아·중앙일보는 이미 신문법의 자료신고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조선일보는 최근 자사 지면을 통해 “신문발전위원회가 고시한 일간신문 자료양식은 유례없는 반시장적 요구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간 비판 언론의 보도 방식에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했던 정부가 신문사의 세세한 영업 기밀까지 모조리 손에 움켜쥐고 신문사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지난 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료신고 설명회 모습. 이날 전국일간신문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한국기자협회
중앙일보도 역시 “신문위가 주문한 자료가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정부가 신문사 주머니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경우 ‘권력비판’이라는 언론역할이 위축될 거라는 우려도 많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주언 신문위 사무국장은 “조선·중앙일보가 ABC협회에 내온 자료가 이제 와서 영업기밀이냐”며 이는 “발행·유가부수를 마음대로 부풀려 자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신문위는 조선·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한 반론문을 발표했다.

“자의적 부풀리기 막기위해”vs“영업기밀 해당”

신문위는 조선·중앙일보가 신고서식에 따라 공개하도록 규정된 지국별 발송부수, 배포구역, 판매지원비 등은 영업기밀이며, 일반기업보다 더 엄격한 잣대라며 저항하는 데 대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신문위는 “이미 해당신문사가 한국ABC협회의 부수공사시 제출해온 자료이기 때문에 영업기밀이 아니며, 신고항목의 검증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위는 자료 제시 내역이 국내 유일의 부수공사기관인 한국 ABC협회가 1991년 제정한 신문부수 보고 요령을 준용한 것이라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93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ABC협회의 보고 요령에 따라 발행부수, 유료부수를 신고해 ABC협회의 부수공사를 받았으며, 이를 공개해 왔다. 또한 중앙일보 역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부수공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위는 조선일보가 ‘자료가 경쟁업체로 흘러가거나 몇몇 언론사가 가입한 신문유통원 등에서 활용할 경우 신문사는 큰 영업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신문위 위원들과 사무국 직원은 업무상 알게 된 영업기밀에 관해 비밀을 유지해야 하며(신문법 제 32조),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기에(신문법 제 39조)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문위는 신문사의 구독수입, 광고수입, 지분율 5% 이상의 주주내역 등을 신고 받아 검증하고 공개하는 것은 ‘신문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경영자료 독자·광고주에 제공해야”

신문위는 또한 “신문사의 판매지원비가 영업기밀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그동안 사회적 병폐로 지적돼 왔던 경품과 무가지를 활용한 불법 판촉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신문법 위헌 소송 변호인인 이석연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신문에 대한 지원을 미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여론 시장에 개입하려는 의도”이며, “말 잘 듣는 신문은 도와주고, 말 안 듣는 신문은 손보려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간접적으로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문화광광부 산하기구인 신문위는 “자료신고는 신문사의 경영투명성을 높여 독자의 신문 선택권과 알권리를 보장하고 신문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신문발전기금 지원은 여론 다양성 확보와 신문 산업 진흥에 목적이 있을 뿐, 신문 논조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조선·중앙일보의 보도에 대해 지난 4일 성명서에서 “두 신문의 논리는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처럼 ‘피 한 방울 흘리지 말고 가슴살을 베어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며 “두 신문은 정확한 경영자료 신고를 통해 독자와 광고주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신문위가 지역일간신문 58개사(서울소재 일간신문사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이 ‘자료신고를 하겠다’(44.8%)고 했으며, ‘하지 않겠다’는 신문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신고’란?

자료신고는 지난해 1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이하 신문법·2005년 7월 28일 시행)에 따라 일간신문을 경영하는 정기간행물 사업자가 당해 법인의 결산일로부터 5개월 이내에 직전 회계연도의 자료를 신고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일간신문사는 △전체발행부수 △유가판매부수 △구독수입 △광고수입 △총 발행주식 또는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100분의 5이상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한 주주 또는 사원의 개인별 내역 등 5가지 자료를 신문위에 신고해야 한다.(신문법 제 16조 제 1항 및 제 2항)

또한 자료를 신고하지 않은 일간신문사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며(신문법 제 43조), 신문위는 이러한 신고사항을 검증·공개해야 한다.(신문법 제 16조 제 3항)

신문위는 자료 검증 업무는 신문등의 부수공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 위탁한다.(신문법 제38조와 시행령 제32조)

신문위는 신고서식을 고시하고, 신고사항을 공개할 때는 신문위 홈페이지나 관보에 게재하고, 게재 내용의 구체적인 사항은 신문위가 정해서 고시토록 돼 있다.(시행령 제 11조)

이러한 법에 따라 신문위는 최근 자료신고 서식을 홈페이지, 관보에 고시했고, 140개 일간신문사에 자료신고 안내책자를 발송했다. 지난 4일에는 전국의 일간신문사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료신고 설명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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