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 조사 결과 못믿는다”

2005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다섯 번째 단식을 100일 넘게 벌인 지율 스님이 양산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관통공사를 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해 단식 이후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율 스님은 3일 공단이 작성한 속기록을 근거삼아 지난해 8월 30일부터 11월 29일까지 공단과 천성산대책위원회가 제각각 7명씩 참여해 진행한 환경영향 공동 조사에서 천성산 늪지와 계곡의 수량(水量) 조사를 당연히 해야 하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다섯 번째 단식을 100일 넘게 벌인 이후 처음으로 양산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관통공사를 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해 말문을 연 지율 스님.
스님은 이날 “2월 28일 공동조사 결과 최종 발표를 하루 앞두고 27일 열린 전문위원 전체 회의 속기록을 보면 대책위쪽 위원 함세영 교수가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있는데 수위를 재는 것이지 유량은 아니다’고 항의했는데 공단은 변변한 답변을 못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어 “그래서 함 위원은 최종 발표 의견서의 종합 의견에서 ‘지금부터라도’ 계곡수 유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공단 쪽 위원들이 나서 이 ‘지금부터라도’라는 문구를 빼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발표 하루전 열린 전문위원 회의 속기록에 근거

지율 스님은 “이뿐 아니라 대책위쪽 생태계 분야 수질 부문을 맡은 홍성철 밀양대 교수가 당일 회의에서 ‘다른 늪과 계곡은 수위 조사밖에 안됐고 가장 문제가 되는 무제치늪에조차 유량측정기가 있기는 했지만 자동측정장치가 없었다’고 밝힌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그동안 상한 몸을 추스르면서 최종 보고와 속기록을 20차례도 넘게 비교 대조하면서 이 같은 부분을 찾아냈다”며 “속기록을 보면 홍 교수가 이를 근거로 공단에 대고 무성의하다고 따지는 내용도 있다”고 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홍 교수는 “(무제치늪 유량 측정기에) 센서가 없다. 물어보니 자동측정장치가 달려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니까 없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한 번도 못 봤다. 정말 공단이 문제를 해결하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당연히 해야할 늪지·계곡 수량측정 안해” 주장

지율 스님은 또 “이처럼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고 공단에 수량 조사 결과를 요구해 무제치늪 것을 받았는데 비가 많은 2005년 7월은 오히려 수위가 내려가고 비가 거의 오지 않은 12월은 올라가 있었다”며 “이 또한 믿을 수 없는 자료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공단 관계자는 “무제치늪뿐만 아니라 계곡에 대한 조사는 2년 전부터 터널 시공 회사에서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공동조사에서는 하지 않았으며 그 또한 지하수 분야의 양쪽 위원이 합의한 결과지 공단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홍 교수 주장에 대해서는 “얘기를 듣고 확인했더니 실제 진행이 되고 있었다”며 “자동측정장치가 달린 유량 측정기는 훼손 방지를 위해 눈에 잘 안 띄는 숲에 설치했고 오가는 사람들 때문에 훼손이 쉬운 데는 직원이 보고 적도록 했을 뿐”이라 했다.

철도공단 “터널시공사서 시행…공동조사선 제외”

아울러 공단이 지율 스님에게 건넨 수위 조사에 대해서도 “일단 문제 제기가 있어 시공회사에 한 번 알아보라고 했다”며 “사견이지만 부산지방기상청 자료에도 얼음과 기온 때문인지 겨울에 오히려 올라간다고 돼 있어 개연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2월 27일 회의에서 공단을 다그쳤던 홍 교수는 “27일 발언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한 내용이다”며 “공단이 무어라 했든 무제치늪 일대에는 분명히 자동 측정 장치가 없는 유량 측정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재확인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 3월 21일부터 대성암·안적암 일대와 가사계곡 등 세 곳에서 따로 사람을 동원해 날마다 수위를 조사하고 있다. 수위와 유량은 천성산 관통을 둘러싼 이번 환경영향 조사에서 물이 새는지 여부가 쟁점인만큼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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