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9일 오후 7시45분께 신원미상의 남자가 주민 12~14명이 모인 창원시 명곡동 ㅊ횟집에서 당시 창원시장 입후보 예정자 배한성씨의 동생이라고 말한 뒤 배씨의 경력·학력 등을 알리고 식대 21만7000원을 전달한 혐의로 5월7일 선관위로부터 고발조치됐다.

   

△배한성 후보 진영은 모회사 노동조합 간부인 후보의 동생이 당시 노조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간부 자격으로 식대를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안이 이미 종료됐다고 해명했다.”

위의 글은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 바로 하루 전날인 6월 12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당시 경남도민일보는 이처럼 선거과정에서 금품 또는 향응제공 혐의로 고발·수사의뢰 조치된 사실을 후보자의 실명과 함께 보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그 취지를 밝혔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본다.

금품선거 실명보도의 추억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와 사법당국이 후보자들의 불법선거운동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등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불법선거운동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선거, 특히 금권선거를 추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과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금품 및 향응 제공 혐의로 선관위으로부터 고발·수사의뢰 조치된 단체장 후보자 및 선거운동원(관련자 포함)의 혐의내용을 지상 보도한다.

그러나 이들 사건과 관련, 해당 후보자들은 대부분 혐의 사실을 모르고 있다거나 자신과 무관하다고 밝혀 해명차원에서 후보 및 후보진영의 소명도 함께 싣는다. 경남도민일보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누락된 금품 및 음식물 제공 사범과 이들에 대한 향후 사법처리 결과를 계속 보도할 것을 약속한다.”

당시 약속했던 대로 경남도민일보는 선거 이후에도 배한성 창원시장의 불법선거운동 혐의와 그 재판과정을 집요하게 보도했다. 그런 과정에서 경남도민일보는 유독 창원시의 광고를 받지 못하는 ‘탄압’까지 감수해야 했다.

결국 배 시장은 2004년 3월 12일 대법원 판결과 함께 시장직을 박탈당했고,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들여 재선거를 치러야 했다.

금품선거를 추방해야 한다는 대의에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돈을 뿌린 후보를 뽑아 주면 그로 인한 피해가 다시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되돌아온다는 것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돈을 뿌린 후보가 누구인지, 누가 반칙을 하는 지를 유권자들이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인 선거에서 반칙을 추방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다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당시 경남도민일보는 과감히 선거법 위반 혐의자들의 실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도한 것이다.

선관위조차 믿을 수 없다

물론 당시 경남도민일보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런 내용을 인터넷의 해당 후보자 정보를 통해 이미 공표해두고 있었던 데 힘입은 바도 컸다.

당시 경남도민일보는 후보자의 전과사실도 같은 방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실명과 함께 보도했는데, 언론학자와 언론단체로부터 “정말 돋보인 기획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 5·31지방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혐의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칫 피의사실 공표죄에 걸릴 수 있다는 게 그 하나요, 2002년 당시 후보자와 직계존비속 또는 회계책임자가 아닌 제3의 지지자들이 법을 어긴 사실까지 공표함으로써 후보자들에게 항의를 많이 받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내가 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첫 번째 이유는 정말 가소롭다. 그런 이유라면 전과를 공표하는 것도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으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이유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실명공개 대상을 직접 관계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면 될 것 아닌가.

같잖은 이유로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선관위를 믿고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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