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정책 부재…스스로 무덤 판 꼴

‘10명 중 7명의 학부모가 조기유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녀의 미래와 관련해 불안해하고, 3명 중 1명이 ‘여건만 닿으면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고 싶다’는 게 국민들의 정서다.

작년 한 해 동안 해외유학 및 연수비용으로 나간 돈만 무려 30억달러를 웃돌고 있다. 2004년에 비해 40%가 늘어난 규모다. 미국 이민·세관국(ICE)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미국에 8만6626명(9월 말), 중국에 3만5353명(3월말)의 학생들이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치 조기유학을 다녀오지 못하면 시대흐름에 뒤지는 낙오자가 되기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려는 듯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조기유학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다.

조기유학 열풍은 날이 갈수록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연수대상자도 상류계층이 아닌 중산층까지, 조기유학의 연령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이 주로 조기유학을 가는 지역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부분 영어권 국가이며 최근 들어 중국이나 러시아 등으로 유학도 늘어나고 있다.

영어열풍이 몰고 온 조기유학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학교에서의 부적응과 귀국 후의 부적응, 그리고 부모와 떨어져서 생활하는데서 오는 정서 발달상의 문제가 예상 외로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문제를 비롯해 가족 별거에 따른 부부간, 부모-자녀간의 심리적 갈등, 유학비용에 따른 가정경제 파탄, 계층간의 위화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영어교육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의 영어 교육을 1학년생까지 확대해 2008년에는 모든 학교에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자사고도 부족해 국제중학교를 짓고 외국인 학교다, 영어마을이다, 경제특구에 영어몰입교육까지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다. 영어열풍은 한마디로 교육부의 정책부재가 만든 결과다. 이제 한미FTA까지 체결되면 영어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부인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남들 다 하는데…. ’ 그래서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이제 몸을 겨우 뒤집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영어바람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영어열풍 문제는 조기해외 유학이나 영어마을이 아니라 공교육의 정상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생각주머니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외국유학을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찬반토론)

◇외국유학을 가지 않고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국민일보 4월 27일 ‘美 유학 한국학생 수 1위의 명암’

/김용택(마산 합포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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