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언론에 공개된 안기부(현 국정원) 예산의 96년 총선 자금지원 내역에 따르면 지역별·인맥 등에 따라 지원액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당시 박빙 경합지역이 몰려있던 서울·수도권은 상당수가 2억원 이상, 많게는 4억원 이상의 고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경합지역 위주의 집중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총선에서 절대 열세지역이었던 호남권의 경우 37개 선거구 가운데 12개 선거구에만 돈이 내려갔고, 그 액수도 5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까지로 수도권 및 영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같은 경합·전략지역에 대한 집중배정이 선거자금 지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당시 민주계에 대한 배정이 상대적으로 후했던 것으로 나타나 특정 계파의 세력 확대에도 실탄지원이 이용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계가 대거 포진한 부산·경남은 절대 우세지역이었음에도 불구, 당시 당 총재인 김영삼 대통령과 강삼재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 등 지도부의 배려가 작용한 때문인지 일부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이 2억원 이상을 수령, `수혜그룹'에 속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같은 자료내역에 대해 권해옥(합천·3000만원), 정인봉(서울 종로·3000만원), 한창희(충북 충주·3000만원)씨의 경우 당시 신한국당 후보가 아니었던 점을 들어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은 “선거공탁금 2000만원, 정당활동비 5000만원 등 7000만원만 내려왔는데,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면서 “재야출신 후보들이 대부분 2억원을 받은 것으로 기재된 데 의혹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특정 후보와 계파에 대한 지도부의 ‘호불호'에 따라 지원금에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당시 민주계는 후한 지원을 받은 반면 신 민주계나 민정계는 상대적으로 핸디캡이 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후보는 강삼재(마산 회원) 당시 사무총장으로, 강 전 총장은 “정확한 금액이 기억나진 않으나 만약 그런 금액이 내 계좌에 있었다면 당비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과 당시 민주계 핵심라인이었던 최형우 전 의원, 서청원 의원 등과 가까운 후보들도 4억원 이상씩 받는 등 넉넉한 실탄지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또 민주계인 김재천(진주갑) 후보의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고, 총재비서실장이었던 박범진(서울 양천갑) 후보에게도 5억5000만원이나 지원된 것으로 `리스트'상에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난 95년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지도부의 출마포기 종용을 거부, `미운털'이 박혔던 임사빈(경기 동두천 양주·5000만원)후보 등은 상대적으로 `찬밥신세'였다.



민정계의 경우 당시 양대 세력이었던 김윤환·이한동계 측근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고액을 배정받은 것으로 돼 있다.



하순봉(진주을·6억8000만원) 후보를 비롯해 정영훈(경기 하남·4억6000만원), 박희태(남해 하동·4억3000만원), 김영구(서울 동대문을·4억원) 후보 등이 이 케이스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김윤환·이한동 후보 등 일부 중진들이 `리스트'에서 빠져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철계'로는 서울지역 일부 후보들이 4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부는 1억원대 미만을 수령한 것으로 돼있고, 민주계 출신으로 현재 상도동 대변인격인 박종웅(부산 사하을) 후보도 3000만원밖에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정통 민주계·현철계 중에서 지원액이 적은 후보의 경우 `비선라인'을 통해 별도의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김진재(부산 금정갑)·김무성(부산 남을)·주진우(경북 고령·성주) 후보 등 재력가에게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아 후보 자신의 재력도 총선자금 지원의 기준이 됐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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