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5대 총선 당시 안기부 자금을 지원받은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의원 명단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9일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 여야 대치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사정당국 자료라며 공개된 안기부의 선거자금 지원내역에 대해 `야당파괴 공작'으로 규정, 대여투쟁 수위를 한층 강화한 반면 민주당은 `국기문란'행위에 대한 이회창 총재의 사과 및 자금을 배정한 강삼재 의원의 검찰 출두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주요당직자 회의를 열어 이른바 `안기부리스트' 공개는 결국 한나라당과 `이회창 죽이기'를 위한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단 원내 강경투쟁을 전개하되 사태가 악화될 경우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일단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5분발언 등을 통해 여권의 `야당 죽이기'를 규탄한데 이어 10일부터 단독소집해 놓은 제217회 임시국회에서 안기부 총선자금 수사와 의원 이적사태, `DJP 공조'의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쟁점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당내에 비상사태를 선포, `국정위기비상대책위'(위원장 하순봉)를 구성하고 산하에 `김대중 신독재 저지투쟁위'(위원장 하순봉 겸임) 및 `경제파탄극복특위'(위원장 이상득) 등 2개 소위를 설치, 각 15인의 위원을 선임했다.



한나라당은 또 97년 대선자금, 16대 총선자금, DJ 비자금, `20억+α' 등 이른바 `4대 자금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제 도입을 촉구하고 당초 수원(10일), 인천(11일), 부산(16일) 등에서 개최하려던 신년하례회를 `야당파괴 규탄대회'로 바꿔 이회창 총재가 10일부터 전국 시·도지부를 돌며 제한적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여권은 “이번 사건이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한 범죄행위이자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을 포함한 관련자의 검찰 출두와 안기부 자금의 국고환수를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든 야든 관련자들은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또한 부정한 자금은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강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자민련과의 굳건한 공조를 통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한나라당은 극력 저지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진행 상황을 봐가며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해 강 의원 체포동의안의 처리 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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