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정당 후보 동일숫자 중복 사용…유권자 혼란 가중

“‘0-가"번 후보입니다. 기호를 기억해 주십시오.”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속속 마무리 되고 있는 가운데 ‘동일 기호’를 중복 사용함에 따라 후보자들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때부터 기초의원들의 정당 공천이 이뤄지면서 특정 정당의 공천 후보들은 동일한 숫자로 된 기호를 2~4명의 후보들이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공직 선거법에는 후보 기호의 경우 5석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중 의석수가 많은 정당 별로 우선적으로 1번부터 고정 기호를 배정하게 된다. 의석이 없는 정당은 고정 기호 다음에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고, 무소속은 정당 기호 다음부터 가나다 순으로 부여한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는 1번은 열린우리당, 2번 한나라당, 3번 민주당, 4번 민주노동당, 5번 국민중심당 등이 고정 기호를 부여받게 됐다.

특히 기초의원들 선거가 중대 선거구로 바뀌면서 한 정당에서 2~4명까지의 후보를 공천했다. 문제는 특정 정당이 동일한 하나의 기호 아래 2~4명의 후보들이 이름에 따라 가,나,다,라 등으로 기호를 받게 된다.

후보자도 선거기간 정당번호·기호 동시 홍보 ‘이중고’

즉 동일한 숫자 아래 가나다 등을 따로 붙임에 따라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권자들도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경우 2-가 또는 2-나, 2-다 등의 기호를 부여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2번을 알리는 동시에 가 또는 나 등을 따로 알려야한다. 더욱이 투표율이 높은 70대이상의 경우 기표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한 후보는 “현수막을 보고 기호 때문에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며 “기호 2번에다 가,나,다 등을 함께 붙이는 바람에 기호를 알리는데 어려움이 있고 막상 기표를 할 때는 나이 많은 유권자들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기호가 중복되기 때문에 특이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눈길을 끌 수 있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선관위에서는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이 있어 순회 모의 투표를 하는 등 기호에 숙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돼 법 개정 논의를 한다고 알고 있으나 이번 선거에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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