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꿈 위해 희망날개 달았어요”

“내 인생의 장애물은 몸의 장애가 아니라 마음의 장애였습니다. 마음을 열어 세상을 보니 나의 길이 보이더군요.”

올해 대학생이 된 06학번 신민지(20·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1)씨는 여느 신입생들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캠퍼스 이곳 저곳을 누빈다. 다른 학생들이 다른 것이라고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대신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일 뿐.

▲ 신민지씨가 대학 방송국 선후배들과 웃고 있다./사진제공 진주산업대
신씨는 가벼운 기침을 하거나 ‘흠칫’ 놀 라기만 해도 뼈가 부서지는 증상을 보이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얼마 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방송국 DJ의 에세이가 발표되면서 세상에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병이다.

“몸이 이렇다 보니 아무 것도 못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생활도 잘하고 있잖아요.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사소한 충격에도 뼈 쉽게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

매일 등·하굣길엔 어머니의 동행을 필요하지만 그 이후 모든 일은 신씨 스스로의 몫이다. 이렇게 대학생활까지 할 수 있게 된 것도 신씨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다.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져 일어서지도 못하고 물건도 들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부러진 뼈에 깁스를 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쳐 뼈가 맘대로 휘어 붙기도 했다. 힘겨운 대수술이 8번이나 있었고 사경을 헤매는 듯한 고통의 순간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태어나 일주일만에 알게 된 희귀병은 그렇게 신씨의 인생을 옭아매는 듯 했다.

“우연히 TV를 통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모임(다음 카페 ‘뛰고 싶은 나’)을 통해 용기도 얻고 정보도 얻으면서 조금씩 세상을 향해 발을 내밀기 시작했죠.”

그렇게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면서 신씨의 삶도 달라졌다. 몸의 장애는 여전히 남아있지 만 마음의 장애를 훌훌 털어 버리니 표정이 밝아졌고 주위에 사람들도 많아졌다.

   
같은병 앓는 사람들 모임 통해 세상 향한 마음 ‘활짝’


무엇보다도 꼭 이루고 싶은 그만의 꿈이 생겼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DJ의 책을 읽고 난 후 그 역시‘음악프로그램 진행자’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평소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 듣는 것이 취미인 그에게는 이보다 꼭 맞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언젠가는 꿈이 현실로 이뤄지지 않을까요? 벌써 교내 방송국 시험에도 합격한 걸요.”

특히 최근 대학 내 교육방송국 수습기자로 합격한 신씨는 합격 소식을 접하고 뛸 듯이 기뻤다. 그는 교내 방송국 생활을 발판 삼아 그의 꿈을 향해 조금씩 발돋움 할 계획이다.

‘꿈꾸면 이뤄지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진주산업대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방송국 선배들이 대학본부에 건의해 방송국 내에 휠체어 길을 설치해 신씨가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교내 방송국 시험에 합격, 수습기자로 힘찬 첫 걸음

방송국장 김성수(메카트로닉스공학과 2)씨는 “민지가 처음 방송국 문을 두드렸을 때 조금 놀랐던 것이 사실”이라며“하지만 민지의 용기와 방송에 대한 욕심,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높이 평가해 수습기자로 선발했다”고 말하며 신씨가 방송국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밝 혔다.

또 같은 과 친구들도 신씨가 수업에 불편이 없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남자친구들은 ‘흑기사’를 자처해 강의실 층수를 오르내릴 때 휠체어를 들어주는 등 큰 힘이 되고 있다. 학과에서도 대학본부에 장애인 화장실을 요청해 현재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엄마를 가장 존경합니다. 저를 돌보는 것도 모자라 낮에는 저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십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힘든 내색을 않으셨죠.”

자신의 처지를 한 번도 비관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공부할 수 있는 현실이 마냥 행복하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방송인이라는 꿈을 위해 ‘희망의 날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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