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극화 부추기는 ‘악법’

‘25세 이하의 청년에 대해서 2년 이내에는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프랑스의 ‘최초 고용계약제(CPE)’는 당사자인 25세 이하의 청년, 학생에 의해 무산됐다. 프랑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이른바 ‘최초 고용계약제’가 학생, 노동자, 심지어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끝내 철회한 것이다.

이름만 다를 뿐 프랑스의 CPE와 너무나 흡사한 우리나라 비정규직 법안은 지난 3월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좌절됐다. 그러나 고용 유연화 정책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 시장정책인 비정규직 법안이 참여정부에 의해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56%인 850만명이 비정규직인 나라. 그래서 대통령이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나라다. 그런데 왜 사회 양극화를 몰고 올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인가? 겉으로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지만 사실은 교육시장을 개방하고 한미 FTA 협상을 강행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은 자본의 입장을 두둔하는 법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노동 기본권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도 장기불황에 대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고용창출을 꾀한다는 미명하에 ‘파견법’을 제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규직을 파견노동자로 대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기적 해고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가속화시키는 악법이 되고 말았다.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어떻게 되는가? 비정규직 법안은 자본에게는 무한정의 자유를 주고, 저임금·비정규직의 노동자를 양산해 심각한 사회 양극화를 불러 오게 된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사회 양극화 현상은 실업률의 증가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비정규직 법안 뿐 아니라 한미 FTA 협상을 강행하고 교육시장을 개방하는 일련의 조치들은 대량실업과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것을 세상이 다 안다. 연 2000만원이 넘는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면서 어떻게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비정규직의 문제는 결과적으로 가난을 대물림하는 현대판 골품제다. 전교조가 최근 실시한 비정규직에 대한 학생의식 조사에 따르면, 취업시 90% 가까운 학생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길 희망하고 있다. 정부가 진심으로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비정규직 법안부터 철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근원적인 대안과 무상교육 전면실시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생각주머니

◇최근 프랑스는 최초 고용계약제를 만들려다가 한바탕 난리가 났었죠. 드 빌팽 수상이 도입하려 한 최초 고용계약제는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세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정의를 내려보세요. 또 현재 창원의 GM대우 회사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법안을 철폐해야 한다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왜 이들이 농성을 하는지 알아봅시다.(경남도민일보 4월 5,6,7일자 관련기사 참고)


△경향신문 2월 28일 ‘양극화 부추길 여지 많은 비정규직 법안’

△중앙일보 3월 1일 ‘비정규직 법안,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다’

△한겨레 2월 28일 ‘비정규직 법안 강행, 파국으로 가자는 건갗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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