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금지법’…우리는 절박하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1981년 제정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4월 20일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기 위한 ‘420 장애인 차별 철폐 공동투쟁단’ 활동이 지난 3월 26일을 기점으로 올해도 시작되었다.

▲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을 위한 휠체어 마라톤대회./Able News 제공
경남에서도 지난 13일 ‘경남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공동대표 김영순 윤종술)’가 출범했으며, 사안에 따라 결성되던 한시적인 단체의 성격을 벗고 상설 기구로서 지속적이고 꾸준한 차별철폐활동을 벌여나갈 것을 결의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장애인 관련 법안과 장애인들이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지난 12일 서울 인사동에서는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수동휠체어 등이 물결을 이루었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하 장차법)’제정 염원을 담은 장애인들의 ‘휠체어 마라톤대회’가 열린 것.

장차법은 각종 장애인 관련 법적·제도화 투쟁을 아우르는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박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나가는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차법의 철학적 바탕은 ‘시혜에서 인권으로’·‘인권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 결정권으로’·‘참여에서 연대로’로 요약될 수 있다.

보건복지위, 5월초 법안 통합 심사 방침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관한 법들은 보건복지부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문제는 인권법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 영역으로 미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게 장애인들의 요구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 법안이 상정되었으나 본격적인 심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위 이석현 위원장은 5월초 국가 인권위에서 준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즈음에 통합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는 국가인권위가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를 상대로 농성을 하고 있다.

현행 특수교육, 당사자 의견 철저히 배제

◇ 장애인 교육 지원법

“장애인 교육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은 초·중등 교과교육만 어느 정도 명시돼 있고, 이외 유아교육과 고등교육·평생교육 등에 대한 법 규정은 전혀 없다.”

지난달 13일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 전 경남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은 경남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법으로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동등한 질의 교육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교육지원법으로 대체입법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특수교육은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은 배제되고 특수교육 전문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대상자 24만여명 중 25%만이 교육 혜택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의 수요와 욕구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다. 24만명에 이르는 특수교육 대상자 중 25%인 5만 8000여명 만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현재 윤회장은 전국장애인교육권 연대 회원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에서 36일째 단식농성을 하고있다. 그러다 지난 14일 교육권 연대는 김진표 교육부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특수교육지원법 7월 발의’를 약속했다.

◇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는 비장애인에 비해 행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에 의해 장애인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원할 때 유급 보조인들이 바로 장애인에게 달려 갈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다.

시범 운영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절실

서울에서는 지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를 상대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조례를 통해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은 무위로 끝났다. 이에 전장연은 삭발 투쟁을 진행하는 등 서울 시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현재 경남에서는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3년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경남 장애인 부모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도우미 뱅크’가 전국 최초로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 위주로 서비스가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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