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셰· 쇼퍼·청와대요리사·아쿠아리스트 등

아쿠아리스트·미스터리 쇼퍼·파티셰·청와대 요리사·여자 중대장…. 뒤에 나오는 두 단어는 금방 머릿속에 연상되는 직업인데 반해 앞쪽의 세 개는 얼른 떠오르지 않는 말임에 틀림없다. 위에 제시된 것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평소 흔히 접할 수 없었던 TV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직업이다.

예전에는 기업체 사장이나 가난한 여성 노동자, 그리고 의사나 검사 등이 적절히 배치되고 가난한 달동네 주민과 악덕 사채업자 등이 간간이 등장하는 정도였던 것이, 갈수록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색 직업을 가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05년 최고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극중 김선아의 직업은 ‘파티셰(Patisserie)’다. ‘파티셰’는 일반적인 제과제빵 모든 분야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이스트를 쓰지 않는 제과와 초콜릿·아이스크림·사탕 등을 만드는 사람에 한정해 부르는 말이다.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동안 제과제빵 학원에 ‘파티셰’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것은 불문가지.

얼마전 방영된 KBS2 <슬픔이여 안녕>에서 박선영의 직업은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였다. 고객을 가장해 회사 서비스를 체험하고 평가하는 이 직업은 ‘21세기판 암행어사’ 쯤으로 불릴만하다.

4월 1일과 8일에 각각 첫방송을 내보낸 MBC와 KBS의 주말드라마에서도 이색직업을 가진 두 여자 주인공이 격돌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작진 잠입취재 불사…간접체험 등 시청자 관심

MBC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 ‘봉순’역을 맡은 유진은 청와대 요리사로 들어가게 된다.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시골 처녀’가 청와대에서 ‘장금이와 같은’화려한 음식 솜씨를 뽐내게 된다. KBS <소문난 칠공주>의 이태란은 이성적이면서도 정열적인 ‘여군 대위’역을 맡았다. ‘청와대 요리사’와 ‘여군 장교’의 이색 대결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오는 5월에 방영될 성유리 주연의 MBC <어느 멋진 날>에서는 ‘아쿠아리스트(Aquarist)’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대형 수족관에서 수중생물을 사육·관리하고 전시회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위와 같은 ‘이색직업’을 브라운관을 통해 재현해내기 위해서 드라마 제작진들은 ‘현장 체험속으로’와 같은 잠입 취재를 장기간 진행한다. 그렇게 해서 그 직업 종사자들의 애환을 끄집어내고 현장감 있는 묘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직업에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간접체험을 통한 정보 획득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어느 취업정보사이트의 설문에서는 드라마 속 직업에 관심이 높다는 응답이 90%에 육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직업’을 ‘사랑의 완성’을 위한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그래서 그들의 직업이 멋있어 보이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어느 곳이나 ‘직업의 세계’는 약간의 구질구질함과 비루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으니 ‘이색직업’이라 해서 ‘이색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은 금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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