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아프고 복잡한 과학 쉽게 접근

“로봇 태권V 하고 마징가Z 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로봇 태권V의 태권도를 이길 로봇은 없어.”

“마징가Z의 로켓 주먹 한방이면 승부는 끝날 걸.”

▲ KBS1<과학의 향기>에서 출연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동네 골목 어귀에서 한번쯤은 지켜봤거나 직접 참여해 봤을 법한 꼬마들의 논쟁이다. (물론 지금은 로봇 태권V나 마징가Z는 로봇계에서 퇴물 취급받는 구식 버전이다.)

허무맹랑하지만 신나는 꼬마들의 논쟁이 TV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된다. 그것도 국내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각자 분야의 최신 정보를 동원해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KBS 1TV에서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과학의 향기>에서는 지난 5일 로봇 태권V 30주년을 맞아 현대의 과학 기술로 ‘과연 로봇 태권V의 생산이 가능한갗라는 주제로 진지한 과학적 탐구가 진행되었다.

‘로봇 태권V’ 국내 유명 과학자들의 논쟁 눈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 권동수 교수, 한국항공우주 기계공학부 장영근 박사, 서울산업대 기계설계자동차 공학부 김영석 교수, 만화영화 제작자 김청기 감독,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 교수 등이 출연한 이날 담화에서 나온 결론은 ‘현재의 기술로는 50m나 되는 움직이는 구조물 제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권동수 교수는 “걷고 뛰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는 것은 어렵다”고 했으며, 이충환 기자는 “로켓 주먹과 태권브이 기지 건설은 현재 기술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석 교수는 “크기만 10m 정도로 줄인다면, 재료는 고강도 티타늄 합금으로 하고 탱크 두 대 정도의 엔진 파워만 있으면 걷거나 뛰는 것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또 김청기 감독은 “상상력에 의해 고안된 로봇을 두고 이루어지는 이러한 논의가 긴장되지만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로봇 태권V가 뛰고 날고 발차기를 하기 위해선 어떤 제원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더욱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기 위해 앞으로 개발해야 할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현대 기계공학의 진수를 짜내야 가능한 답이다.

밤12시50분 방송…재방송·시간대 조절요구 거세

한편으로는 머리 아프고 복잡한 ‘과학적 논의’를 로봇 태권V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학도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건 큰 미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과학의 향기>는 <TV 책을 말하다>의 패널로 참가하거나 각종 미디어에 글을 쓰면서 놀라운 독서력을 과시하고 있는 정재승 교수가 사회를 맡고 있다. 하지만 매주 고정된 사회자는 아니다. 그때 그때 주제에 따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나와 강연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은 과학은 없다-기초과학을 살리자’·‘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갈 양자정보’·‘수학의 향기’·‘21세기 에너지 혁명-수소’등 제목만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도 있겠으나, 쉽고 재미있다. ‘지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방송 시간이 밤 12시 50분이라는 게 시청자들로서는 ‘어려운’ 점이다. 그래서 <과학의 향기>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시간대를 옮기든지 재방송을 하든지 편성 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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