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값 잡으려다 교육 ‘잡는다’

교육부의 학군 광역화 대책이 집중성토를 당하고 있다. 교육부는 강남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강남 지역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학군 광역화를 고집해 말썽이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은 강남지역의 부동산을 잡기위해 학군이 조정될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에 학생들이 몰려들 것이고 결국은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교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강남모델은 결국 대학입학 결과에 따라 학교가 서열화되고 이러한 상황이 조성되면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생겨나 고교평준화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학군제는 고교평준화의 핵심이다. 학군제의 확대는 경쟁지역을 확대하자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문제의 원인인 공교육의 정상화를 두고 엉뚱하게 고교 학군제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은 생뚱맞기 짝이 없다. 학군을 넓혀서 특정 학교로 지원자가 많아지면 고교평준화는 그 근저에서부터 허물어지게 된다.

학군을 넓히거나 폐지하면 필연적으로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강화되게 마련이다. 교육부가 명분은 강남집값을 잡겠다지만 사실은 고교평준화를 포기하는 경쟁논리로 교육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교평준화는 끝장이다. 다시 고교입시 시절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학군제를 깨면 추첨제도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고교평준화가 깨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고교입시지옥이 현재의 고3에서 중학교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준화 정책의 기본 원리는 무시험 근거리 학교 배정이다. 학군이 없는 대학이 서열화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합고사가 내신제 전형으로 바뀌면서 겨우 정상화된 중학교 교육이 광역화학군이 도입되면 또다시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집값을 잡겠다고 도입하는 학군광역화는 결과적으로 강남을 향한 줄서기로 사교육열풍을 불러오게 할 게 뻔하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중학생까지 입시지옥으로 내몰겠다는 것은 교육부수장이 할 일이 아니다. 학군광역화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교육시장을 개방하고 논술을 강화해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시키겠다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투기 이익 환수와 같은 경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지 학군을 넓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육 문제를 부동산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경제논리로는 강남 땅값 안정은커녕 공교육 황폐화만 앞당길 뿐이다.

생각주머니

△서울 강남지역의 땅값이 교육과 왜 깊은 관계가 있는 걸까요?

△학군을 넓혀 다른 지역 학생들도 강남지역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면 과연 효과적일까요? 부동산 값도 내리고, 학생들의 학습력도 높아질까요?

△동아일보 3월30일 ‘하루 만에 번복된 ‘학군 광역화’ 해프닝 ’

△조선일보 3월29일 ‘교육 하향평준화로 집값 잡겠다는 정부’

△중앙일보 3월30일 ‘강남 집값 잡겠다고 교육정책까지 흔드나’

/김용택(마산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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