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에 산초 뿌려먹는 선조들의 지혜 판사들도 필요

연거푸 ‘설마’라는 말이 입가를 맴돌았다. 버스를 타고 지나치기만 해도 칼날 같은 바람이 휭 하니 몰아치던 곳, 문턱이 어지간히 높아 살짝 훔쳐보기에도 부담스러웠던 그 곳에서 지난해 말부터 ‘시원한’소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법관 언행개선 모니터링에서 최근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 기준 마련까지, ‘달라져 가는 법원’을 보노라면 비록 딱히 드나들고 싶지도 드나들지도 않았던 곳의 소식인데도 답답한 속이 씻은 듯 후련해졌다.

창원지법을 넘어 전국 법원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있는 김종대(58) 창원지법원장을 만났다.

   
 
 

민물고기 디스토마 많아

동네 어르신 같이 소박한 인상이다. 촌놈이라고 자칭했다. “지방에만 있는 이유를 많이 묻는데, 사실 촌놈이라 서울 사람들하고는 안 맞더라고요.” 살짝 농을 던지고서는 진담이라며 말을 이어간다. “태어난 곳은 창녕이고 어릴 적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김해입니다. 고향 도민들을 모시고 싶은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온거죠.”

법원 근처에 직원들과 자주 들른다는‘영산 추어탕’을 찾았다. “왜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넣어 먹는 줄 아세요?”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톡 털어 넣더니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낸다.

어릴 때 민물에서 사는 이름도 기억 안나는 아주 작은 물고기를 참 많이도 잡았다. 그 민물고기에는 디스토마가 너무 많다며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항상 산초를 달여 먹였다. “나물이 될지 독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이런 것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놀랍습니다.”

동네 어르신 같이 소박한 인상이다. 촌놈이라고 자칭했다. “지방에만 있는 이유를 많이 묻는데, 사실 촌놈이라 서울 사람들하고는 안 맞더라고요.” 살짝 농을 던지고서는 진담이라며 말을 이어간다. “태어난 곳은 창녕이고 어릴 적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김해입니다. 고향 도민들을 모시고 싶은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온거죠.”법원 근처에 직원들과 자주 들른다는‘영산 추어탕’을 찾았다. “왜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넣어 먹는 줄 아세요?” 추어탕에 산초가루를 톡 털어 넣더니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낸다.어릴 때 민물에서 사는 이름도 기억 안나는 아주 작은 물고기를 참 많이도 잡았다. 그 민물고기에는 디스토마가 너무 많다며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항상 산초를 달여 먹였다. “나물이 될지 독이 될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이런 것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가 정말 놀랍습니다.”

아이들에 산초 달여먹여

판사도 지혜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는 법조계에서‘조정의 달인’이라 불린다. 재판 시작부터 끝까지 능히 냉혹할 수도 능히 관대해질 수도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수양을 쌓아 항상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편파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단다.

이순신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항상 이순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순신과 원균은 앙숙이었죠. 하지만 이순신은 자기 자식들에게 절대 원균을 욕하지 않았어요. 남이 잘된 것은 얘기하되 잘못된 것은 얘기하지 말라고 가르쳤죠. 판사와 재판을 받는 이들도 앙숙이라면 앙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판사는 고민을 거듭해 이들의 장점을 끄집어 내야합니다. 그게 판사의 책임입니다.”

창원에서 혼자 묵고 있는 탓에 아침은 20년째 건너뛰고 저녁은 대충 때우는 편이라 그에겐 점심이 사실 최고의 만찬이다. 가장 즐겨먹는 음식을 묻자 예상치 못한 재밌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민을 섬긴다’ 의미 실천

“짜파게티요. 물론 라면도 맛있지만 그것만 못해요. 아무리 먹어도 지겹지가 않아요.”

자식 얘기가 나오자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딸은 결혼 후 6년 만에 만난 늦깎이 인연이다. 특히 그의 기억 속에 딸은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존재다. 자식은 네 살 전에 평생 할 효도의 80%를 다한다고 했던가. 그때의 기억이 가장 오래 남는다며 에피소드를 꺼낸다. “딸아이가 한창 말 배울 때 ‘나는 아빠가 좋아서 어쩔 수가 없어요’라고 하던 한마디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요. 정말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항상 사람냄새가 풍긴다. 딱딱하기만 한 법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다루는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건만, 법원이 단칼로 판결을 내리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국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친절한 모습’ 먼저 보여야

그는 지난해 창원지법에 오자마자‘국민을 섬긴다’라는 의미부터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 어렵고, 막상 하려고 해도 추상적이라 막막하다는 것이 직원들의 눈치였다.

“사이버든, 법원의 앞문이든 후문이든 일단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국민이라고 말하고, 섬긴다는 의미는 방문한 사람이 나갈 때‘고맙습니다’라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고 했지요. 그러려면 당연히 법원이 먼저 인사를 하고 아부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를 보내고 법원 후문과 정문을 빙 둘러 나왔다. 개나리가 허벌나게 피고 벚꽃이 다문 입을 틔웠다. 무릇 이 뿐이랴. 싸늘하게만 보이던 법원에도 봄기운이 느껴졌다.

/사진 유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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