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 초원이 사막으로

3년 전인 2002년 여름 중국 네이멍구 동북부에 있는 훈찬타커(渾善達克) 사막의 동부에 있는 바이인아오빠오(白音敖包)에 들른 일이 있다. 주도로에서 멍구빠오(蒙古包)가 있는 내부까지 가는 30여 분 동안 만나는 초원은 양떼들이 노니는 아름다운 초원이었다. 그런데 2005년 여름 같은 시기에 그곳에 다시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성성하던 초원은 간데없고 간간이 10cm 남짓한 잡초들만이 보이는 황막한 곳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풍력발전기가 아름답게 서 있던 주변지역도 삭막했다. 전에는 잘 느낄 수 없었던 훈찬타커 사막은 이제 도로 옆까지 확산돼 있었다. 불과 3년 만의 일이다.

△ 무서운 사막화 = 현장에서 느끼는 사막화는 무섭다. 사막화의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기온 상승 때문인데, 중국 사막화 지역의 기온상승 속도는 상당하다. 중국 기상국은 3월 3일에 티베트의 기온이 전년 대비 3도 상승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4~5도 정도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티베트의 평균기온은 영하 2.1도였고, 인접한 칭하이성은 영하 7.8도였다. 문제는 이 상승 추세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지속적인 추세일뿐더러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고온화가 다양한 문제를 가져왔다. 이는 우선 빙하의 급속한 해빙으로 이어졌고, 사막을 확대했다. 증발량은 느는데 반해 강수량은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 팡샤오민(方小敏) 연구원은 <중국과학탐험>와의 인터뷰(3월 9일자)에서 “칭장(靑藏)고원의 관문인 나취(那曲)가 앞으로 중국 최대의 황사근원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래 그곳은 잡목이 자라고 겨울에는 눈에 덮여 있었다.

이렇게 되면 황사는 봄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중국을 괴롭히게 된다. 그곳은 풍속 5급 이상인 날이 연간 100~160일이나 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황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2002년 대황사의 가장 큰 원인은 그해 따뜻한 겨울[暖冬] 현상으로 불리는 이상 기온 상승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시 티베트나 칭하이, 쓰촨 등은 물론이고 네이멍구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따뜻한 겨울’현상이 있었다. 중국 기상국은 3월 2일 칭하이, 시장, 쓰촨 서부, 윈난 대부분, 광둥성 등지에 1~4도 정도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기온의 상승은 급속한 중국의 산업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및 세계의 온난화 문제도 사막화 직전에 있는 중국 취약지에는 치명적이다.

기존 사막화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양이었다. 네이멍구 등 초원에 사는 이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양이다. 무엇이든 있는 대로 먹어치우는 양의 사육두수가 늘어나면서 초원들은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고, 온도까지 상승하면서 사막이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양의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우선 초원에서 주거하는 양 사육자들에게 보조금을 주어 도시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도시 이주자들에게는 야채 재배 단지 등 수익원을 보장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자가 관련지역을 찾았을 때는 적지 않은 수의 양떼가 초원에서 노닐고 있었다. 네이멍구는 면적만 해도 110만㎢로 22만㎢인 한반도 면적의 5배에 달해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씨도 뿌리고, 나무도 심고, 물도 끌어와보지만 = 사막화가 톈안먼(천안문)에서 불과 60km 정도 떨어진 톈모 지역까지 진행되고 있어 중국 정부의 사막화 방지 노력도 필사적이다. 중국 정부는 우선 네이멍구, 닝샤, 깐수, 신장 등 황사근원지들의 사막화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까지 약 1000억 위안(우리 돈 약 13조 원)을 투입해 농지를 삼림으로 환원시키는 것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1기 5개년 계획’에도 사막화 방지가 주요 안건으로 올라있다.

   

원자바오 총리도 허시주랑의 사막화 벨트인 민친(民勤)지역의 환경개선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관심을 쏟고 있다. 또 ‘전국녹화위원회’는 “지난해 5억4천만 명을 투입해 22억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산림복개율이 18.21%로 올라갔다”고 밝혔다.

현재 사막화를 막고, 사막을 복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가뭄대비용 풀의 씨앗을 공중살포하는 것이다. 실제 텅그리사막이나 마오우쑤, 쿠푸치 사막에서는 이 방법을 광범위하게 쓰고 있었다. 텅그리 사막 동쪽 아라산줘치에는 씨를 뿌리는 항공기를 위한 활주로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씨앗을 봄부터 여름에 걸쳐 살포한다. 여름을 전후로 이 지역에 비가 내리면 싹이 터서 사막화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장 효과적인 황사방지책이기도 하다. 마오우쑤와 쿠푸치 사막의 접점인 항미엔(杭綿) 지역에는 가장 집중적으로 방풍림 조성과 풀 심는 작업이 진행된다. 두 사막이 이어질 경우 사막화 속도가 배가되기 때문.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초원의 상태가 수년 전에 비해 훨씬 나빠졌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공중살포가 효과적이긴 하지만 워낙 생존환경이 나쁘기 때문에 큰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황사방지용 풀 씨앗을 뿌리는 지역은 다행히 풀이 자라면서 사막지역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이 풀들은 생육상태가 좋은 풀이 아니어서 수치적인 개선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큰 변화를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되돌릴 수 있을까 = 사막화의 진행은 지역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인 텅그리 사막이나 마오우쑤 사막은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매우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수년간 급속히 강수량이 줄어든 훈찬타커나 고온현상이 지속되는 티베트, 칭하이, 신장의 사막화 상태는 여전히 통제 불능이다. 가장 큰 문제인 훈찬타커 사막은 지난 겨울에도 거의 눈이 오지 않아 점점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훈찬타커 사막은 베이징의 정북향으로 지금은 무란웨이장(木蘭圍場)의 위에 있는 2000m가량의 따광딩즈산(大光頂子山)과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있지만, 바로 위인 울란부통 초원의 사막화가 급진전하면서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정부뿐만 아니라 ‘한중 미래 숲’ 등 민간단체들도 사막화 방지를 위해 사막에서 생존 조건이 좋은 포플러 수종을 개발하는 등 공동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사막화 근원지 등에서 자랄 수 있는 고구마, 감자를 개발하는 등 수익성 있는 사막화 극복방식도 찾아내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정책적으로 펴고 있는 다양한 사막화 방지대책의 반대편에는 ‘세계의 공장’중국의 에너지 사용 증가와 이에 따른 온난화 가속이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증가로 티베트나 네이멍구 등에 사막이 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인간이 자연을 되돌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

/조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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