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쏟아붓는 ‘블랙홀’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환경단체와 전북지역 주민 등이 농림부 등을 상대로 낸 새만금 사업계획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공사를 시작한 지 15년, 환경논란 10년, 법정공방 4년7개월 만에 ‘새만금 논란에 대해 사업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패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이 과거 군사 독재 시절 정략적으로 추진된 예산낭비, 국토파괴 사업을 합리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것은 사법부조차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탓’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리문제도 아닌 가치갈등의 문제를 사법부가 판결할 수 있는가? 환경보존이라는 가치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가치 중 어떤 가치가 우선적인 가치인가는 사법부가 가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금정산·천성산 고속철도관통사업을 포함한 국토종합개발계획은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라는 개발논리에 의해 주도돼 왔다.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보면 절대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화호와 영산호의 교훈에서 보듯 개발만능의 논리는 인간의 삶의 터전 뿐만 아니라 자연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안겨준다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다.

왜 새만금 사업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 준 대법원조차 “국가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되며 환경 친화적인 것인지를 검토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냈을까?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고 일컫는 새만금간척사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 블랙홀이다. 백번 양보해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여의도 면적의 140배 되는 땅을 농지로 조성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현재 간척공사 중인 화옹호를 비롯한 고흥만 갯벌 등에서 간척농경지를 조성하다가 쌀시장 개방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용도전환을 시도함은 무엇을 의미 하는가? 네덜란드 등에서는 메운 바다를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역간척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미FTA협정이 타결되면 현재 경작하고 있는 상당수의 농경지가 휴경상태가 되고 전국에 10만명이라는 농민이 농사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완성되면 ‘전북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방조제가 완성될 경우 수질이 급격히 나빠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위해 삶의 터전을 팽개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 김용택
△한겨레 3월16일 ‘환경친화적 개발 권고한 대법원의 고민’

△매일경제 3월16일 ‘새만금 판결이 남긴 교훈’

△연합뉴스 3월16일 ‘이제는 새만금 논쟁 그만해야’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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