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라도 시켜주고 싶다”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일까?

누군가 시계태엽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 지난 한 주 우리는 4년 전의 함성을 재연하고 있었다.

다만 바뀐 것은 전국을 수놓았던 붉은 물결 대신 ‘파란도깨비’의 신명이 판을 쳤다는 것.

그리고 140g을 조금 넘는 작은 공과 42인치의 기다란 나무 방망이가 축구공을 대신했다는 것이다.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한 이번 대회를 본 도내 야구인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렇게 기쁜 마음을 어찌 몇 마디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사비를 털어서라도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 거한 회식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게 제 심정입니다”

마산용마고 이재문(52) 감독은 WBC라는 말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우리 젊은이들의 애국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일궈낸 쾌거”라며 “101년 한국 야구사의 가장 큰 경사”라고 목청을 높였다.

마산고 이효근(39) 감독 역시 “이번 대회를 선수들과 함께 봤다. 모두들 한데 어우러져 우리 대표팀을 응원했다. 야구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근래 들어 어려움에 빠진 경남야구를 구하기 위해 많은 야구인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대표팀이 야구 열기를 한 층 고취시키고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대표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야구 중흥기로 연결하자”

이번 WBC가 침체된 경남야구는 물론 한국야구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남대 장명조(48)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야구선진국 미국과 일본을 순수한 애국심과 끈끈한 단결력만으로 이겼다. 하지만 다음 대회에도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선수수급, 구장확보 등 취약한 야구저변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는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관전한 도내 야구부 감독들은 하나 같이 경남출신 대표선수가 없었다는 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재문 감독은 “91년 광주 제일고 재임 때 대표팀의 내야수 김종국(기아 타이거즈) 선수를 가르친 적이 있어 이번 대회를 보는 마음이 남달랐다”며 “아무래도 자기와 관련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표팀에 경남출신 선수가 없었던 게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우리를 웃기고 울게 했던 WBC,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도내 야구인들의 시각은 제각각이었지만, 하나의 공통분모를 남겼다.

‘이러한 열기가 지속돼 경남 야구계, 나아가 한국 야구의 중흥으로 이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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