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봄을 버무리자

“새댁들도 많이 보이네. 살랑살랑 봄바람 부니까 장날 같구만….”

함안 가야 장터에 생기가 돈다. 덜덜 떨며 손수 캔 나물을 팔던 할머니들에게 이 보다 더 좋은 날은 없다. 두꺼운 옷과 목도리로 몸을 꽁꽁 동여매지 않아도 되고 잔돈을 내줄 때마다 ‘호호’손을 불지 않아도 된다.

▲ 지난 10일 함안군 가야장터에 봄나물을 팔러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

시장에 들르는 손님들도 발길이 가볍다. ‘집 앞 마트나 대형매장에서 간단하게 해먹을까 ’생각하다가도 오랜만에 따뜻한 공기도 쐬고 살짝 내리쬐는 햇볕도 맞을 생각에 겸사겸사 시장엘 들른다.

꽃샘 추위가 오기 전 살짝 ‘봄 전야’를 치른 지난 10일 함안 가야장터. 집안에 몸을 움츠리고 있던 젊은 주부들도 북적거리자 봄나물 팔러 나온 할머니들이 ‘새댁’을 부여잡는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가야장터의 주인공은 단연 봄나물이다. 봄나물을 내놓은 할머니들이 함안 가야장터의 반을 차지했다.

봄나물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쑥과 냉이가 가장 많이 나와 있고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 “깔린 게 쑥이랑 냉이라 인기가 없다. 잘 안 나와 있는 게 잘 팔린다.” 쑥이랑 냉이만 팔러 나온 한 할머니가 투덜거린다.

쑥과 냉이가 지천에 깔리다 보니 장터에도 시내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실랑이가 곳곳에서 연출된다. 그도 그럴 것이 2000원 어치가 큰 소쿠리로 가득한데다 할머니가 인정을 세 움큼 더 넣어주기 때문이다. 식구가 없어서 못 먹는다며 1000원 어치만 달라고 하자 “요걸 못 먹어. 그라모 남는 것도 없다”하며 덥석 손에 쥐어준다.

쑥·냉이 지천이라 귀한 머위·씀바귀 ‘인기’

제일 널린 것이 쑥과 냉이라면 가장 인기있는 나물은 몇 군데 듬성듬성 겨우 보이는 머위다. 머위를 가져 나온 한 할머니가 오후도 안 돼 털고 일어난다. 귀한 탓에 없어서 못 판단다. “집 주변 담 아래나 도랑가 습기 찬 곳 같은 음지에 자라서 구하기 힘들다. 그래선가 비싼데도 잘 팔리네. 2만5000원 어치 팔고 이제 무만 좀 남았다 아이가.”

머위가 귀한 이유는 유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머위는 단백질·지방·당질·섬유질·회분·칼슘·철·인이 골고루 들어 있다. ‘보양식 나물’로 통해 고기를 잘 먹지 못하던 옛날에 남편의 보양식으로 쓰였다고. 특히 우리나라 중부이남 지방의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아낙네들은 봄에 이 나물을 따서 된장에 묻어두고 다음 해 봄이 될 때까지 항상 남편의 밥상에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탁월한 항암 치료약으로 쓰인다.

머위나물은 약간 쓴맛과 특유의 향기를 갖고 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입맛이 떨어지는 봄에 식욕을 돋워 준다.

어린잎이 눈에 띈다. 몇 안 되는 나물 중 하나라 무슨 나물이냐고 묻자 이름은 모르겠다며 그냥 봄나물이란다. 계속 여쭙자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넘나물이란다. 우울증에 탁월하다고 소문난 바로 그 나물이다.

봄엔 싹 여름엔 꽃 먹는 ‘원추리’ 도 보이네~

원추리라고도 부르는데 봄에는 어린 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서 김치를 담가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다. 독이 약간 있어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시골에서는 고들빼기라 불리는 씀바귀는 인기순위 2위다. 씀바귀는 쌉싸래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김치처럼 삭혀서 먹으면 제일 맛있다.” 한 가득 쥐어주며 할머니가 덧붙인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독특한 나물들도 보인다. 물기가 촉촉이 빛나는 몰이라는 나물은 1급수에서만 사는 민물 식물이다. 옛날에는 흔한 식물이었는데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탓에 요즘에는 찾기가 힘들다고. 어떻게 먹는 것인지를 몰라 물었더니“채 썬 무랑 식초·참기름을 넣고 무쳐먹으면 된다”고 할머니가 귀띔해 준다.

“봄나물 다 그 놈이 그 놈 같아도 지 맛을 내는 때가 따로 있다.”

어쩐 일인지 두릅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꽃샘추위가 지나야 된단다. 달래와 냉이가 제일 먼저 봄맞이를 하고 두릅은 봄 절정기에 고개를 내민다고.

북적북적…. 와글와글…. 입맛을 돋워주는 봄나물 덕에 찬바람이 휑하니 불던 장터에도 그렇게 봄은 오고 있었다.

◇ 새콤 달콤 색다른 요리법

봄나물은 양념이 잘 어울리고 나물 고유의 상큼함을 잃지 않아야 제 맛이 난다. 요리전문가 김현숙(창원 M&C 쿠킹스튜디오)씨가 소개하는 축 처진 입맛을 살려주는 요리 두가지.

◇ 원추리 들깨즙버무리

△ 재료 : 원추리 200g, 소금 약간, 들깨소스(들깨가루 6큰술, 사과식초3큰술, 양파즙 1큰술, 간장, 설탕, 깨소금 1큰술씩 소금 약간)

△ 만들기 : 1. 원추리는 밑 부분을 자르고 누런 잎을 손질해 흐르는 물에 씻는다.

2. 소금물에 원추리를 살짝 데친다.

3. 들깨 소스를 만들어 버무린다.

◇ 두릅 참치회

△ 재료 : 두릅 600g, 참치살( 냉동횟감) 200g, 잣가루 1작은술, 초고추장(고추장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미림 1/2큰술, 생강즙 1작은술, 레몬즙 1큰술)

△ 만들기 : 1. 두릅은 연한 것으로 선택하여 밑동의 단단한 부분을 잘라낸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두릅을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짠다.

3. 참치는 먹기 좋게 해동시킨 다음 결 반대로 얇게 저며 놓는다.

4. 분량대로 섞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5. 참치살로 두릅을 보기 좋게 싸서 접시에 돌려 담고 잣가루를 뿌린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사진/박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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