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 신한국당 등 구 여당에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1157억원은 자금추적결과 과거관행에 따라 기업들로부터 `지원'받아 만들어진 `통치자금'이 아니라 순수 안기부 예산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이때문에 이번 사건을 `안기부예산 선거 불법지원사건'으로 공식 규정,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사용처가 불분명한 446억원에 대해 자금추적을 계속하고 있어 조만간 사용처가 밝혀져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 선거자금 조성경위



박순용 검찰총장은 8일 구여당에 지원된 1157억원은 옛 재정경제원 예비비와 안기부 일반예산 등 1148억원 및 옛 안기부 남산청사 매각대금(156억원)중 9억원으로 조성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이 돈을 시중 3개 투신사와 8개 은행에 7개 단체 명의로 개설돼 있던 안기부 관리계좌에 분산예치, 입출금 반복으로 ‘돈세탁'을 한 뒤 구 여당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940억원은 96년 4·11 총선 전에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으로 선대본부장이었던 강삼재 의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하고 있던 2개의 차명계좌로 입금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



당시 안기부 자금이 시중 금융기관을 거칠 때 대부분 국고수표로 입금돼 검찰의 자금추적이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안기부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한때 `통치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루여부에 주목했지만 당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흔적은 포착하지 못한 상태다.



◇ 드러나는 사용처



검찰 조사결과 1157억원 중 217억원이 95년 6·27 지방선거 직전 민자당 관리계좌로 입금됐고, 나머지 940억원은 이듬해 4·11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 의원의 관리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총선자금 940억원 중 408억원이 당시 야당 입후보자 3명을 포함, 185명의 입후보자에게 1인당 2억~15억원씩 지원됐고, 86억원은 당 운영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나머지 446억원의 행방은 아직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지원자금 217억원도 실제 출마자에게 150억원만 지원됐고, 나머지 67억원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추적 결과 총선 출마자에 대한 자금배분은 일정한 기준없이 들쭉날쭉했다.



당시 10여명의 출마자가 15억원 등 수억원을 받았으나,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 계보나 수도권 경합지 출마자에게는 소문과 달리 집중 지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한국당 전신인 민자당 사무총장을 맡은 김덕룡 의원과 그의 계보인사들도 한푼도 챙기지 못한 반면 호남지역 일부 출마자가 지원을 받는 등 자금집행에 특별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자금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게 1인당 10억원 안팎이, 수도권 출마자에게는 이보다 더 많은 액수가 제공됐고 기초단체장 출마자에게도 1인당 최고 2억원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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