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 시각차 여전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에서 정부와 환경단체의 이견이 재차 확인됐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터널공사가 늪(습지)과 지하수·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가 였다. 이에 대해 시행사업자 측은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힌 반면 환경단체는 “인근 늪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단체는 “이번 조사에서 지하수의 유출이 있고 고층습지와 지하수간 연결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이번 현장조사 기간에서 밝히지 못한 무제치늪의 지하수 연결 상황에 대해 환경부가 정밀조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천성산 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천성산 원효터널 구간 환경영향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양측은 지하수·구조지질·암석역학·지구물리·생태계 5개 분야로 나눠 조사한 결과 생태계 분야를 뺀 나머지 4개 분야에서 전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태계 분야 뿐 아니라 분야별로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여전히 다른 의견을 보여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특히 양측은 생태계 분야에서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사업자측은 무제치 1·2늪을 비롯해 습지들은 지하수 용출보다는 비와 눈 등 천연강수에 따른 지표수로 유지되기 때문에 연중 반복되는 건기와 우기에 따라 습지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사업자 측은 또 “습지지역의 저투수성을 감안할 때 원효터널 공사시 터널내로 유입되는 지하수로 인해 습지들의 수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는 터널공사로 유입되는 지하수로 인해 습지로 공급되는 지표수가 줄어 늪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며 사업자측 주장을 반박했다.

대책위 법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자주땅귀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인 끈끈이주걱과 이삭귀개·땅귀개·꽃창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도롱뇽·꼬리치레 도롱뇽 등 물과 뗄 수 없는 양서·파충류 특성상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멸종위기 1급이며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인 삵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터널공사로 지하수가 터널내 유입에 따라 계곡 수량이 줄어들면 수달 서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대책위는 어류·조류·저서무척추류·동식물 플랑크톤 및 부착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생태계 분야에서 당초 9개 세부항목으로 나눠 조사하기로 했으나 정부측은 이를 다 채우지도 않아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차를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대책위는 “철도시설공단은 2002-2004년 도롱뇽 소송 1·2심 법원에서 지하수 유출 우려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조사결과 터널공법이 애초부터 배수터널 공법이며 유출량도 분당 1t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위증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정부측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대책위는 “철도시설공단은 천성산 무제치 늪의 물 유동과 순환이 천성산 논란의 가장 큰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무제치 늪에 설치한 유량측정기에 센서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천성산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이날 발표된 공동조사 분야별 의견서와 양측의 의견차를 묶은 최종 평가보고서는 현재 대책위가 제기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사건이 계류 중인 대법원에 제출된다.

한편 대책위측 서재철 정책위원은 대법원 결정을 승복할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거부하기는 사회통념상 어려운 측면이 있어 판결이 나오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천성산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추가 대책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지율스님과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밝혀 지율스님이 이번 결과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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