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즐겨먹어...“눈이 즐거운 음식은 예술 작품”

어깨에 닿을 듯 말 듯한 곱슬머리. 눈매를 돋보이게 하는 살짝 치켜든 반 은테 안경. 창원 성산아트홀 금동엽(45)관장은 한눈에 봐도 자유로운 감각이 돋보이는 예술가답다.

음식도 시각예술이라 말한다. 보는 즐거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먹는 즐거움까지 돋워준단다. 그가 일식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식은 보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요리 자태가 고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냥 보고 돌아서도 아깝지 않다.

   
 
 

보는 맛과 더불어 시원한 생태탕이 일품인 창원 해정일식을 찾았다. 금 관장이 평소 해장을 원하는 직원들을 자주 데리고 오는 곳이란다. 보랏빛 양배추에 폭 안긴 삶은 오징어와 흰색 접시에 살포시 담긴 각양각색 나물이 새침하게 놓여있다.

그가 일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연 아름다운 자태다. 하지만 일식음식과는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대구가 고향이기 때문이다.

일식은 요리자태가 곱고

“회를 먹을 때 쌈부터 초장까지 곁가지 양념들이 총동원됩니다. 회를 먹을 줄 모르는 거죠. 대구서 살다보니 회보다 육고기가, 탕보다 전골이 익숙합니다.”

경북과 경남은 음식이 확연히 다르다. 일단 쓰는 재료부터 차이가 난다. 경북은 소금과 고추장이 기본 양념이다. 경북에서는 경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맑은 탕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대신 고추장이 듬뿍 들어간 걸쭉한 전골을 주로 먹는다. 간혹 초고추장도 전골 양념으로 쓰인다. 신맛이 입맛을 자극해주기 때문이다.

“경남은 순대에 막장이 나오지만 경북은 소금이 나옵니다. 초고추장에는 마늘·과일 등 갖가지 양념이 담겨 뻑뻑하죠.”

경남 사람들이 텁텁하다고 여기는 맛이 경북 사람들이 즐기는 맛이고, 경북 사람들이 심심하다고 여기는 맛이 경남 사람들이 시원하다고 생각하는 맛이다.

2004년 9월 창원성산아트홀 관장을 맡으면서 그는 자취생활을 했다. 멸치를 볶을 때 홍·청고추를 꼭 넣어 색깔을 맞춘다. 간편하게 먹어도 될 것같은 음식도 멋스러움을 챙기는 적극성이 돋보인다.

   
 
 
보색이 조화 이뤄 좋아해

1년 6개월 동안 쌓은 요리 노하우도 풀어냈다. 가장 좋아하면서 인정도 받은 요리는 스파게티. 이탈리아인이 직접 만들어주는 맛을 따라가진 못하지만 먹어 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정도다. 면을 삶을 때 짠맛이 날 정도로 삶아야 간이 배어들어 맛있고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에서 면을 꺼내 각종 해물과 볶아야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단다.“이탈리아 음식에는 바질이 꼭 들어가죠. 집에서 키우면 좋으련만 열대식물이라 키우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죠.”

그는 일 때문에 외국을 드나드는 일이 많다. 기억에 남는 요리를 묻자 두말없이 떠오르는 요리가 있는 듯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살짝 추임새까지 곁들여진다.

“폴란드에서 차게 나오는 수프를 먹었어요. 고기육수로 만든 자줏빛이 선명한 수프였는데 첫맛은 진하고 뒷맛은 맑았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고향 경북은 걸쭉한 전골 위주

입맛에 안 맞는 음식 때문에 황당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스위스에서 입에 댈 수 없을 정도로 짠 양파수프를 맛봤다.

너무 짜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얼른 나서 새로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 나온 것도 짜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위스는 산악지대라 소금이 후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혀를 내두를 정도인지는 몰랐죠.” 프랑스에서도 일화가 있다. “프랑스어를 쓸 줄 몰라 차림판에 fish가 있어 시켰더니 껍질 벗긴 장어가 두 동강이 난 채로 국물에 담겨 나와 제대로 맛도 못보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물오른 음식얘기가 제철을 넘길 쯤 일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성산아트홀을 책임지면서 좀 더 보완해야할 점을 ‘40대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꼽는다.

   
 
 
경남처럼 맑은탕 구경 힘들어


“창원 상남동이 중년남성들의 여흥문화 중심이고 중앙동은 10~20대들을 위한 공간이죠. 40대 여성들이 여유를 즐길만한 곳이 딱히 없습니다. 노천카페 같은 시설이 갖춰지면 성산아트홀이 그들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부분에 공을 들일 생각입니다.”

음식점을 나와 창원 용호동 골목에서 성산아트홀로 빠져나오는 지름길을 가르쳐준다. 모텔 후문에서 정문을 거쳐 나와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해를 받는다며 농을 던진다. 말마다 톡톡 터지는 유머 섞인 소탈함은 그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진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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