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민주노동당에 대해선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아예 쓰기 싫다’는 것이다. 엄연히 실재하는 사실을 써도, 그걸 보도한 일 자체에 시비를 걸고 따지는 경우가 너무 잦기 때문이란다. 심지어 당을 홍보하는 기사라도 내용 중 사소한 부분에 트집을 잡아 어필을 한다니 기자들이 피곤해할 만도 하다.

   

물론 국민을 상대로 일하는 정당이 언론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악의적으로 진보정당을 흠집 내려는 수구·보수언론의 횡포도 없지 않으니 보도내용을 꼼꼼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것도 맞다. 문제는 그 방식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문성현 대표와 손석형 경남도당 부위원장의 ‘월급’ 관련 대응만 봐도 그렇다. 이 문제는 이미 작년에 한 경제신문이 보도한 바도 있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노동 분야나 민주노동당을 담당하는 기자라면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성현 경남도당 위원장이 당 대표로 선출될 때부터 다시 한번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견됐다.

고백컨대 경남도민일보도 이에 대한 보도를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서울지역 언론에서 먼저 써버려 물을 먹은 결과가 됐지만….

언론 생리에 대한 이해 부족

우리가 그걸 보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문성현 대표가 당선 직후 경남도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 때문이었다. 그 월급에 대해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적어도 정당의 도당 위원장이나 중앙당 대표가 됐다면 직업 정치인이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물론 근무하지 않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게 된 계기는 대법원의 복직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회사에서 비롯됐다고 하지만, 직업 정치인으로 전업을 했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언제든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었고, 상대에 따라 민주노동당을 공격할 호재로 잠재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대표 당선 직후에도 그 월급을 계속 받겠다면 ‘논란거리’가 된다는 차원에서 당연히 ‘기사거리’도 된다. 기자는 ‘기사거리’가 되면 무조건 쓴다.

그 기사가 누구에게 불리하고 누구에게 유리할 것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각 언론사의 정체성이나 편집방침에 따라 논조는 다를 수 있지만, 기사거리가 되는 사안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는 건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언론에 이 문제가 보도된 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이 보인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작년에 이미 경제신문에 보도됐던 걸 왜 또 쓰느냐”는 것이었다.

보도가 잘못됐다면 그걸 지적하고 올바른 사실을 알려 바로잡도록 하는 게 옳다. 그런데 ‘쓰지 말아 달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언론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정당

손석형 위원장의 경우도 그렇다. 문 대표의 ‘월급’ 관련보도가 나간 후 기자들이 손 위원장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당초 그는 “내일 쯤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 후 기자들의 취재요청이 계속되자 어쩔 수 없이 그날 간담회를 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또한 언론의 생리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모든 언론의 보도를 하루쯤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앞서 ‘민주노동당 기사는 쓰기 싫다’고 말한 정치부 기자는 “다들 아는 사실을 가장 뒤늦게, 그것도 꼭 ‘공식 발표’ 형식을 갖춰서 말해주려 한다”는 점을 민주노동당 홍보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당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 외에 기자들이 스스로 취재하려 할 때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라고 충고했다.

“처음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했을 때 당사 기자실에는 언론사별로 2~3명의 기자들이 우글거렸다. 그런데 지금은 상주하는 출입기자가 거의 없다. 민주노동당사가 국회에서 가장 가까운데도 그렇다. 신선한 기사거리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 기사는 잘 써봤자 본전이라는 생각이 기자들 사이에 팽배한 것도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이 언론대응에도 좀 프로다워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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