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다루는 ‘사고의 유연성’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의 권리와 주장을 존중한다는 ‘똘레랑스’.

집단주의를 강조해온 우리에게 신선한 ‘사고의 확장’을 선사하고 있다. 그 ‘똘레랑스’의 시선으로 도저히 풀릴 것 같이 않는 사회적 난제를 해부하는 프로그램이 ‘롱런’하고 있다.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EBS 목요일 오후 11시 5분)>은 2004년 5월 첫 방영된 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들을 더 뜨겁게 달구기도 했으며, 때로는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먹기 좋게 식혀오기도 했다.

‘국제결혼 문화충돌인가? 상생인가?(2005.7.19)’·‘일을 해도 가난한 사람들-2005 최저임금 실태보고(2005.9.22)’·‘청계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2005.10.27)’·‘황우석 논란-파이펫은 알고있다(2006.1.5)’등 제목만 봐도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 같은 쟁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시청자들에게 선사해 왔다.

복잡한 사회적 쟁점 쉽게 정리·해부하며 시청자 호응 끌어

지난 2일과 9일에 방송된 ‘취향에 관한 두가지 시선’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논란-뿌리 뽑히는 사람들’을 보자. ‘취향에 관한…’은 ‘문신·대마초·포르노 합법화’논쟁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면서 찬성과 반대측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한다. 전인권(가수) 씨가 “이제 국가가 국민을 놓아 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라고 이야기하면 손봉호(동덕여대 총장) 교수가 “자유가 사회에 해를 끼친다면 규제는 필요하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 개의 주장을 단순 나열하는 ‘양비론’에 매몰되지는 않는다.

이제 국가가 국민을 놓아 줄 때 아닌가?

대마초가 마약으로 분류된 사연은 무엇인지, 문신 시술을 왜 의사만이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지, 포르노를 몰래 보면서도 터부시하는 이중잣대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안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으로 이끌기보다는 ‘인정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샘솟게 한다.

‘평택 미군기지…’는 현장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며졌다.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마을은 인근 미군기지의 확장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다. 이미 1952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생존의 터를 빼앗긴 경험이 있는 이곳 주민들은 현재 1년 넘게 국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자유가 사회에 해가 된다면 규제 필요하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손석춘 씨는 “국가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만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길 바란다”는 말로 프로그램을 끝마쳤다.

‘사고의 유연성’을 위해 <똘레랑스…>팀은 그 곳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사고의 유연성’은 눈과 귀를 활짝 열 때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정관용 씨와 홍세화 씨가 진행을 하기도 했었다.

23일(목)에는 ‘방패 뒤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시위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전·의경과 시위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함께 동참해 눈과 귀를 열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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