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 타보니]흔들림 없는 편안한 승차감 ‘승용차급’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19일 오후 4시 마산역 앞에서 저상버스를 탔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간발의 차이로 떠나보낸 122번 버스를 정확히 30분만에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은 비장애인들로 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를 타려는 장애인이나 버스에 이미 타고 있는 비장애인들이나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실제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탑승해서 고정의자에 안전하게 자리잡은 후 다시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5~6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휠체어의 동선을 감안한다면 승객들로 빼곡한 공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저상버스.

19일 오후 4시 마산역 앞에서 저상버스를 탔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간발의 차이로 떠나보낸 122번 버스를 정확히 30분만에 탈 수 있었다.

버스 안은 비장애인들로 만원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를 타려는 장애인이나 버스에 이미 타고 있는 비장애인들이나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실제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탑승해서 고정의자에 안전하게 위치한 후 다시 버스가 출발하기까지는 5~6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휠체어의 동선을 감안한다면 승객들로 빼곡한 공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 버스업계 신경전으로 삐걱거린 운행 = 창원시는 1월 28일 발효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지난 2월 7일부터 3개업체에서 5대의 저상버스를 시범운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산시와 관내 버스업체들은 승객감소로 감차를 해야 할 판에 자신들과 합의도 없이 증차를 시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저상버스가 시범운행을 시작한 7일, 마산역 앞에 도착한 저상버스를 마산시 버스업체 직원들이 실력으로 운행을 저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태는 빠르게 진정됐다. 그 날 오후 곧바로 마산시와 창원시는 협상에 들어갔고 저상버스 전담노선 개설에 전격 합의했다.

   
그리하여 13일 시승식에 이어 현재까지 창원지역에서 5대, 마산에서 1대의 저상버스가 투입돼 대방동~월영아파트 구간을 28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3월 초에는 10대의 버스가 18분 간격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마산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3월 중순이 되면 마산지역 버스 업체에서 7대의 저상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총 12대의 저상버스가 마산·창원시내를 운행하게 되는 것이다.

진주에서는 총 5대의 저상버스 중 먼저 2대가 운행될 계획이었으나 업체간 이견으로 정상운행이 되지 않고 있다.

◇ ‘황금노선’ 달리는 ‘편안한 저상버스’ = 저상버스 내부는 기존의 시내버스와 많이 달랐다. 노약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철제 기둥이 많았고, ‘휠체어 승객’들을 위한 경사판은 물론이고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도 자동 2 곳·수동 1곳으로 설치돼 있었다. 버스기사에게 행선지를 묻고 버스에 오른 한 시민은 “버스가 이상하네”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흔들림은 적었고, 연료통이 버스 위로 올라가 있는 관계로 자체 진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좌석에 앉았을 때는 승용차의 편안함도 느껴졌다.

이 버스가 운행하는 노선을 보면 그 매력은 한층 더 커진다.

창원시 대방동을 출발한 저상버스는 법원~도청~창원대~장애인복지관~명서동~39사단~합성동~마산역~석전사거리~육호광장~부림시장~경남대학을 지나 월영아파트에서 회차한다.

창원대~장애인복지관 구간만 지선이고 그 외에는 마산과 창원의 주요 간선도로다. 유동 인구 또한 많은 지역을 지난다. 이날 기자가 마산과 창원을 오가며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동안에도 비장애인 승객들은 끊임없이 오르고 내렸다. 버스 내부 풍경이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면서.

   
함께 탄 비장애인 “덕분에 우리도 좋네”


실제로 저상버스를 운전하는 최갑석(대운교통) 기사는 “시범운행을 시작한 7일부터 버스를 몰기 시작했는데 장애인들의 이용 빈도는 그렇게 많지 않다. 현재까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모신 적은 1번이고 하루에 1~2명 정도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하다’ = 사실 저상버스를 이야기하면서 장애인들의 이용 빈도를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1명의 장애인이 있더라도 저상버스는 운행되어야 하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기본 정신이고 그것이 곧 ‘복지 사회’의 지향점이라 할 때, 비장애인들만 편안한 저상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문제시 될 필요는 없다.

다만, 혹여나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이 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려라면 우려다.

지난 13일 저상버스 시승식에 참여했던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김영순 대표는 “휠체어를 타고 버스에 안전하게 자리 잡은 뒤 출발하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비장애인들도 다함께 이용하는 버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그 분들이 그러한 불편을 참아 줄지가 걱정스러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장애인이 편한 시설은 비장애인도 편한 것 아니겠냐”며 현재까지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상버스를 타러가기까지가 문제다. 도로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태에서는 정류장까지 가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 될 때까지…

올해 1월 28일 발효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건설교통부장관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5년 단위의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대수 늘려 만원버스 불편함 해소해야

특히 이를 추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및 연차별시행계획을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

경남도에서 장애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공무원은 “4월께에는 30대의 저상버스가 도내에서 운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경남도는 서울(121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저상버스를 운영하게 되는 지자체가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2대의 저상버스조차 운행되지 않는 진주시의 경우를 볼 때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진주시 교통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노선 문제로 인해 업체간 의견 조율이 잘 안되고 있는데다, 추가 배치되기로 한 3대의 저상버스 역시 제작회사의 문제로 그 시기가 늦춰질 것같다”고 밝혔다.

취재 중 어린 아들을 데리고 버스에 오르던 어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버스가 이상하다”는 아들의 말에 그 어머니는 “응, 이 버스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버스야. 장애인들 때문에 우리도 좋은 버스 타네”라고 말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안전하고 편안한 버스. 저상버스가 지금 우리 주위를 달리고 있다. 저상버스가 점점 늘어나면 ‘만원버스에 휠체어 승객이 어떻게 탑승하지’라는 기우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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