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 결혼식’ 은 예술 활동” 가짜라고 해서 분노할 필요 없어

“지하철에서 가짜 결혼식 한 그 청년들 엉덩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다. 예술적 퍼포먼스를 두고 사기라며 분노할 필요가 있는가. 감동이 없는 세상에 감동을 느끼게 하지 않았나. 설사 그것이 가짜라고 해도 그 가짜 감동이 계속 양산되다 보면 진짜 감동적인 세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사진/박일호 기자
17일 저녁 7시 경남대 대강당. 마산 문화방송이 주관한 ‘제1회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에 강사로 초청된 신해철씨는 ‘공부, 해야할 사람과 하지 않아야 할 사람 있다’는 제목의 강연에서 경쟁과 승부욕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감동찾기’를 시도했다.

신해철씨는 왜 우리 사회가 감동이 없는 곳이 되었는지 자신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복사된 테이프 하나에 카세트만 있으면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술과 담배가 필요하게 되고, 거기에 더해 레코딩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면서 음악을 분석하기만 하다보니 감동을 느낄 수가 없더라. 한마디로 모두 ‘나’때문이었다.”

또 영국 유학시절 일화가 하나 더 보태진다. “운전중에 차로를 바꾸려고 방향지시등을 켜자 뒤차가 상향등을 켜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상향등이 일종의 금지신호로 여겨지지 않나. 그래서 화가 났다. 한국 운전면허증 소지자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 그 차 뒤로 가서 상향등을 깜빡거리고 경적을 울리며 위협운전을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상향등은 차로를 바꿔도 괜찮다는 배려의 의미였다. 부끄러웠다. 왜 똑같은 자동차 상향등이라는 기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지… 슬픔이 몰려왔다.”

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태, 지나친 승부욕에 의해 사실관계가 왜곡되는 현상을 <MBC 100분 토론>에 출연 후 떠돌았던 자신과 관련된 여러 구설수를 통해 절감했다고 한다.

“토론을 상대방과 승부를 내야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상대방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양산되면 진짜 감동 세상 될수도

남이 말할 때 그 말을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말할 내용을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토론 중의 ‘보디 랭귀지’ 또한 토론의 한 방법이고 기술이지 않은가. 그걸 두고 ‘싸가지가 없다’라고 하질 않나,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고 대마초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토론회에 참석하고보니 ‘대마초 피우면서 간통이나 해라’는 식의 악성 댓글이 인터넷에 판치지 않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신해철씨는 이런 현상들의 저변에는 고립된 지식에 묻힌 ‘무식한 전문갗와 대량의 정보가 쓰레기처럼 부유하는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유식한 바보’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벌 2세들이 폼잡는 드라마만 보든가 인터넷을 뒤지며 온갖 악플을 탐독하며 보낸다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탄했다.

거침없는 ‘말발’ 로 좌중 휘어잡아

그러면서 “우리는 남과 승부를 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온갖 경쟁들’ 때문에 심신이 피곤한 청소년들에게 그 해소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루에 5분만이라도 자신이 가진 모든 물질과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에라 모르겠다’를 되뇌어 보라는 것. 그러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여유가 샘솟을 거라고 했다. 일종의 ‘영적환상’처럼.

거침없는 ‘말발’로 좌중을 휘어잡으며 웃음과 교훈을 선사한 신해철씨.

강연을 마친뒤 신해철씨는 “마산에 강연을 하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느낌이 너무 좋다. 학생들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 함부로 말을 못하겠더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회보다 더 열기가 넘쳤다. 욕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야기했다”며 웃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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