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60년대의 영광을 접고 해산했을 때 호사가들은 30년 후인 2000년에도 비틀스라는 이름이 살아있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때 나온 정답은 그저 추억의 팝스타로 기억될 정도라는 것이었다.

비틀스는 그러나 이같은 예상을 깨고 새 천년에 화려하게 부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비틀스 열풍이 다시 분 데는 몇가지 계기가 있었다. 우선 새천년 진입을 계기로 많은 미디어들이 지난 천년 또는 100년의 문화유산중 하나로 비틀스의 음악을 꼽은 것이 그 하나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MTV는 65년작인 가 음악전문가들에 의해 팝송사상 최고의 노래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또 세명의 현존 멤버들이 미공개 사진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밝힌 <비틀스 앤솔로지>가 출판된 것도 인기몰이에 한 몫을 했다. 이 책은 10월 5일 발매되자 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1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또다른 계기는 새 비틀스 앨범 ‘1’. 이 앨범에 담긴 27곡의 노래는 이미 잘 알려진 것인데도 비틀스의 에너지가 모두 담겨있다는 찬사가 나오면서 발매 첫주에 영국에서 31만9000장이 팔렸다. 이는 올해초 로비 윌리엄스가 세운 31만3000장 기록을 깨는 것이다.

록스타 엘비스 코스텔로가 이 앨범의 최초 발매분을 사기 위해 다른 팬과 레코드점앞에서 줄지어 섰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에피소드가 됐다.

비틀스가 새천년에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대해 사회학자들은 이른바 대중음악의 전설로 일컬어지고 있는 비틀스가 존 레넌의 사망이라는 호재를 딛고 해를 거듭하며 추종자들에 의해‘전설의 이끼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런 예는 ‘그레타 가르보’나 ‘제임스 딘’으로 대표되는 영화세계의 전설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비틀스의 음악성과 예술성이 새천년 부활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금세기 최고의 팝송으로 꼽힌 <예스터데이>는 물론 초기작인 에서 드러나는 절묘한 화음, 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코드 진행, 그리고 이나 가 전하는 바로크적인 애잔함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원천이라는게 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록 솔을 지향하는 엘비스 코스텔로가 비틀스 앨범을 줄서서 기다렸다는 이야기는 현존하는 팝뮤지션중 누구도 비틀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잘 전해준다.

음악평론가들은 오는 12월 8일 존 레넌 사망 20주기를 맞아 비틀스에 대한 향수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2000년에 불어닥친 비틀스 열풍은 새롭게 더해진 이끼를 바탕으로 한층 더 두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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