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영화제'8일 개막



고딩들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몇 푼의 이익을 남기자고 깝죽대는, 흔한 말로 잘 나가는 전문 감독이나 배우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순수한 사랑. 어설프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영상에 담아 내는 것이 중요하고, 또래의 수준에 맞는 솔직 담백한 연기면 이들에게는 족하다.
청소년들이 감독으로 주연배우로 혹은 단역으로 출연해가며 만든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그들만의 영화제. 이름하여 고딩영화제다. 올해로 4회째 이어오는 전국 단위의 청소년 영화제인데 진주에서도 처음으로 영화제가 열린다.
학교의 영상동아리나 사회단체에서 영화가 좋아 영화를 위해 뛰고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행사의 주인공. 이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자신이 감독이 되고 주연도 되고 혹은 카메라감독이 돼서 만든 영화를 선보인다.
해마다 두차례의 영화제가 열리는데 이미 서울지역 4곳과 광주지역에서는 1일부터 3일까지 이틀동안 테마별 작품이 상영됐다. 진주에서는 8일 오후 6시 풍물패공연과 청소년 춤공연을 시작으로 경남지역의 학생들이 만든 영상물을 개막작으로 상영한다.
개막작에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3편. 간디학교 최늘샘 학생의 〈어항〉과 큰들문화예술센터 영화교실 졸업생들의 〈꿈을 찾아 떠나〉, 진주YMCA 청소년영상제작교실 개인플레이팀의 〈실연〉이 상연된다.
세작품 모두 청소년기에 겪을 수 있는 고민과 희망.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어항〉이 학교를 상징하는 어항속에 갇힌 물고기(학생)의 삶을 그려 일상의 탈출을 담은 작품이라면 〈꿈을 찾아 떠나〉는 실제로 촬영감독.연출자.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힘을 합쳐 영상물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의외로 무거운 주제일 것 같은 〈실연〉은 흔히 또래의 청소년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을 코믹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지난해 경남청소년인권영화제 대상작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영화상영은 9일과 10일 오후3시.4시30분.6시에 각각 여섯묶음으로 나눠 상영된다. 3~4편의 영화가 한묶음씩으로 엮여 있고 그 각각의 묶음에는 주제와 부제가 따라 붙었다.
첫 번째 묶음부터 주제와 부제가 심상치 않다. 대학입시속의 경쟁을 묘사한 ‘벗어날 수 없는 시계바늘’이란 부제속에 담긴 영상은 〈수능 D-30일간의 기록〉 〈대학입시 그 마지막 승부〉 〈Letter-dear Father〉 등 입시와 관련된 내용이다.
두 번째 묶음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관심과 이해를 희망하는 ‘열린세상을 위하여’, 세 번째 묶음에는 청소년의 우정과 이성에 대한 내용을 다룬 작품, 네 번째 묶음 청소년의 자아찾기를 다룬 작품이 ‘나의 숨은 그림찾기’란 부제속에 담겨있다.
다섯 번째 묶음과 여섯 번째 묶음 속에도 청소년의 불안한 현실과 희망에 관련된 영화와 청소년의 일탈을 다룬 작품이 각각 상영된다. 첫째 묶음부터 여섯째 묶음까지 한결같이 청소년 그들만의 세계가 고스란히 영상속에 녹아있다.
고딩영화제 준비위원회 관계자 박두용 씨는 “청소년들이 하고 싶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펼쳐보이는 자리다. 특히 영화제를 통해 맹목적인 영상의 소비자가 아닌 영상문화의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또 영상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이 스스로 영상을 제작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영상제의 모든 영화관람은 공짜다. 또 영상제의 모든 내용은 온라인 상영관(http://www.ssro.net)을 통해 생중계된다. 문의 017-545-1917.





고등학생들을 위한 진주고딩영화제(8~10일 경남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하지만 정작 고딩영화제를 준비하는 사람은 고등학생도 아니고 청소년단체에서 일하는 전문가도 아니다. 미래에 교단에 서길 꿈꾸는 예비교사로 현재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오승훈(26) 씨. 그도 아직은 평범한 학생이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이론적인 지식을 중심으로 배우죠. 실제 교육현장에서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감성교육은 제 스스로 찾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소년영화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대학교에서 교육에 관련된 내용을 토론하고 연구하는 ‘교육과 사회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있는 사회문제나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때에 독립영화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는 이 동아리 출신의 선배가 영화제를 권유해 준 게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전국적인 행사라 지역에서는 장소섭외나 홍보정도만 해도 충분할 줄 알았던 게 의외로 일이 많았다. 영화제에 필요한 예산도 직접 후원자를 찾아야 했고 직접 공문을 들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뛰어다녀야 했다.
홍보는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홍보지를 붙이고 학교홈페이지에 들러 행사관련 내용을 일일이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갈수록 일이 늘어난 게 오히려 다행이다 할 정도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진주지역이 영상과 관련된 분야가 취약하다는 걸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꼈어요. 지역의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개막작으로 올리는 것도 쉽진 않았죠. 이번 영화제를 통해 작은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많은 곳에서 협조적이어서 큰 힘이 됐다. 진주시나 일선 학교도 아주 협조적이었다. 시에서는 행사에 들어가는 일부예산을 지원했고, 일선학교는 흔쾌히 학생들이 직접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는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지역의 청소년들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영상단체라도 함께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교사의 꿈을 준비해 가는 작은 걸음 중 하나가 됐으면 한다는 말도 함께.
“교사가 되는 것보다는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먼저 가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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