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육’ 변질 우려

우리나라에서 온 국민이 너나없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몇 가지 있다. 정치를 제외한다면, 그러한 분야 중 단연 으뜸은 바로 교육이다. 현재 교육 정책 가운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방과후 교육’ 이다.

‘방과후 교육’은 정규과정 이후에 정부차원에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시행하여 초등학교의 경우 1000개교 2만 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도시지역의 경우 도시 저소득층 및 맞벌이 부부 대상으로 30개 지역, 160개교, 12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방과후 교육’이 애초 소외계층의 사교육비 경감 취지와 달리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회 부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eduknpark.com)에서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에 대해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비판했다. (본지 2월 7일 4면 보도) 박 부의장은 “지금의 학교 상태에서 행정 인력의 충원이나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방과후 학교는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며 “사교육은 사교육 시장 안에서 해결해야지, 공교육이 사교육을 떠맡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서 유사학원행위 하자는 것”

이에 대해 누리꾼들 역시 ‘방과후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한다는 반응이다. <i도민닷컴> 누리꾼 아이디(ID) ‘허기’ 님은 “박종훈 경남교육위원회 부의장님의 글을 읽고 나니 교육계의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으로서 현실의 모든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계신 점에 교육을 걱정하는 사이더로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는 반응이다.

또한 <i도민닷컴>의 누리꾼 ‘노성식’님 역시 “방과 후 학교는 공교육을 포기하는 정책입니다. 사교육을 말살하면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생각은 곤란합니다”는 의견이다. 누리꾼 ‘참교육사랑모임’님은 “공교육을 더욱 더 허수아비로 만들고 말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에 역행하는 처사이다”라는 입장이다.

박 부의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전국 규모의 메이저 학습지 회사가 방과 후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 주로 학원 경영자들의 말이라 이해관계로만 해석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미 전국적 규모의 거대 학습지 회사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이미 학교 현장에서 이들의 출혈 경쟁이 눈에 띄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부의장은 “방과 후 학교 또한 대형 할인 매장에 의한 시장 교란이 예상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이다. 창원에만도 천 개가 넘는 학원이 있다.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이다. 전국 규모의 메이저 학습 회사가 방과 후 학교에 경쟁적으로 진출한다면 이들 영세 학원들의 미래는 우리 동네 구멍가게의 운명과 다를 바 없다.

“근본해결책은 학력 서열화 철폐”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절감만으로 방과 후 학교를 정당화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논리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방과 후 학교 시행으로 학원이나 과외로 몰려가던 사교육 수요가 일시적으로 주춤할지는 몰라도, 학벌숭상 문화와 학력 서열화 구조가 철폐되지 않는 이상 학교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끊임없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전교조는 방과후학교의 교과과정에 있어서 예체능교육이나 동아리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아닌, 입시교과 중심 보충수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총은 “학교를 학원화하는 방과 후 학교제 도입은 신중해야 하고, 방과 후 학교 운영의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도민닷컴>의 누리꾼 ‘마산촌넘’님은 방과후 교육에 대해 “애들 그만 죽이자. 애들 보충수업 더 한다는 것인데”라는 의견을 보였다.

<i도민닷컴>의 누리꾼 ‘박남용’님은 “방과후 학교 대안은 있다”며 “현재 시행하고 있는 특기적성교육 실시 효과에 대하여 얼마나 연구 검토된 실태조사 자료가 있는지 교육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공교육을 완전히 포기하고 사교육 현장을 벤치마킹하여 학교현장에서 유사학원행위를 하자는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남용’님은 “학교 선생님들과 사설학원에 관련된 원장 및 선생님, 그리고 우리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고 교육내부의 문제점을 외부 관계자들에게도 알려 종합진단을 받고 처방한다면 전혀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더 중요함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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