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이른바 ‘전략공천’이란 말이다.

나는 이 용어 자체가 영 못마땅하다. 정당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경선’으로 뽑지 않겠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비경선’이라든지 ‘지명’, ‘추대’, ‘하향식 공천’이라고 솔직히 표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실 2002년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추대’라는 말이 일반적이었고, 언론도 모두 그렇게 썼다.

   
한나라당이 ‘전략공천’이란 용어를 쓰려는 의도는 뻔하다. ‘지명’이나 ‘추대’에서 느껴지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말장난이다. 따라서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관점 없이 정당의 의도가 섞인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공천이 이뤄진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본선보다 예선이 더 치열할 것이다. 경남사람들이 여전히 지역감정의 볼모로 묶여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이 어떤 공천 방식을 취하느냐는 것은 그 정당의 민주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전략공천’ 은 말장난에 불과

물론 반드시 경선을 해야 민주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민주적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옳다. 공천 경쟁자와 당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방식이라면 반드시 경선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러나 주관적 잣대에 따라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전략공천’에 아무런 이의가 없을 수 있을까?

하기야 경선도 경선 나름이어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여론조사 방식이 그렇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는 큰 맹점을 갖고 있다. 대통령 선거라면 출마한 후보자들이 워낙 유명인사여서 인지도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지지도 평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전혀 다르다. 이름도 생소한 후보들을 죽 나열해놓고 벌이는 여론조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결국 후보자들 중 한번이라도 귀에 익은 이름을 선택하거나 아무렇게 응답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정치 신인들 사이에서 여론조사를 활용한 경선보다는 차라리 지명이나 추대를 바라는 후보자가 많을 법도 하다.

생색만 갖춘 경선에서 탈락해 본선에는 출마도 못하게 되느니, 차라리 들러리 경선 자체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현직은 비판받을 의무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가장 공정한 것은 당원들이 직접 선출하거나 시민참여 경선 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국회의원에게 충성도 높은 사람보다는 당의 정강정책에 충실하고 당 기여도가 높은 사람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정한 공천 헌금을 많이 낸 사람보다는 일을 열심히 한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

공천은 해당 정당 내부에서 알아서 할 일인데, 당원도 아닌 시민이 왜 관여하느냐고? 그건 국고로 정당보조금을 받는 공당이기 때문이다.

우리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는 세금 중 매년 수백억 원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에 지원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정당의 당원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자격으로 정당의 비민주성을 감시하고 고발하며 심판할 권리가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는 당내 경선조차 제대로 치러내지 못하는 후진적이고 비민주적인 정당을 가려내 호되게 꾸짖어야 한다. 반대로 그걸 잘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칭찬해야 한다.

또한 근거없는 음해성 비방만 아니라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각 후보자간에 벌이는 상호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보도해야 한다. 비방은 선거를 혼탁하게 하지만, 정당한 비판과 평가는 유권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비판을 받은 당사자는 괴롭겠지만 구경하는 우리는 즐겁다. 또한 현직에 있는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프리미엄을 누리는 반면 엄격한 평가와 비판을 받아야 할 의무도 있다. 도전자들이여 현직 단체장과 의원들의 과오를 마음껏 비판하라. 그게 유권자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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