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영양제로 한해 건강 지키세요”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반찬을 아홉 번 먹는 날, 그러면서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날인 정월 대보름(오는 12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이른 시기지만 시장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오곡재료부터 지난해 푹 말린 나물까지 정월대보름을 알리는 맛들이 속속 제 모습을 드러냈다.

마산 북마산 중앙시장은 매일 장날과 같다. 할머니들이 보자기에서 촌에서 건져온 좋은 놈들을 푼다. 철길따라 이어지는 장사 앞줄에는 도라지·고사리 나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거는 수수고 저거는 녹뒤(녹두)…누른 좁쌀보다 푸른빛이 도는 좁쌀이 훨씬 차지고 맛있제. 쪼글쪼글한 완두콩은 창녕에서 나무째 말린 다음 툭툭 두드려 낸 것을 막 가져온기라.”
찹쌀·검은콩 등 섞은 오곡밥


정월대보름의 대표적인 음식은 진채식이라 일컬어지는 묵은 나물이다. 선조들은 호박고지·박고지·말린가지·말린버섯·고사리·고비·도라지·시래기·고구마순 등 9가지 나물을 잘 손질해서 겨울동안 잘 말렸다가 대보름날 삶아서 볶아 먹었다고 한다. 묵은 나물로 반찬을 해 먹으면 오는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전해져오고 있다.

마른 나물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마른 나물은 대보름 직전이 돼야 슬슬 나오제.”고사리를 매만지던 할머니가 대보름 나물을 구경하려면 보름되기 며칠 전에 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름 끝물 야채를 말리는데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야 된다. 햇빛이 세면 물기만 없어지고 속은 안 마르거든.”

도라지·고사리 등 말린 나물

몇 걸음 걸었더니 오곡재료들이 반긴다. “이거는 수수고 저거는 녹뒤(녹두)…누른 좁쌀보다 푸른빛이 도는 좁쌀이 훨씬 차지고 맛있제. 쪼글쪼글한 완두콩은 창녕에서 나무째 말린 다음 툭툭 두드려 낸 것을 막 가져온기라.”

원래 오곡밥은 찹쌀·차조·붉은팥·찰수수·검은 콩 등 5가지가 들어가지만 요즘은 오곡밥이 참살이 음식이 되면서 대보름 상관없이 잘 팔린단다. 요즘은 단맛이 나는 완두콩이 인기가 많단다.

“저기 팥은 중국산이고 완두콩은 우리나라 밖에 나지 않아서 다 국산이다.” 할머니가 국산과 중국산까지도 일일이 구분해 주신다. 먹거리에 속을 대로 속은 손님들이 하도 일일이 물어봐서 일찌감치 선수 치신단다.

북마산 중앙시장은 30년 전 철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형성됐다. 대형마트가 붐을 이루기 전 만해도 어시장만큼이나 손님들 발길이 부산했다. ‘통닭골목’‘과일 골목’은 그 명성을 잃었지만 철길따라 이어지는 곡식이나 채소를 파는 노점길은 싱싱한 먹거리를 찾는 손님들로 끊이지 않는다.

고소하고 다양…아이들 좋아해

그 날 그 날 풋풋한 채소들만 조금씩 나오는 덕에 30년이 지난 지금도 철길 따라 이어지는 이 채소거리는 사람 사는 맛이 남아있다.

△정월대보름 나물 어떻게 만들지

말린 나물은 명절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만드는 과정이 번거로운데다 나물 고유의 맛을 내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보름 나물은 말린 것을 볶아 만들므로 고소한 맛이 있어 의외로 아이들도 좋아하고 요리법도 간편하다.

기본양념은 다진 마을·다진 파·설탕이다. 다진 마을과 다진 파는 1대2 정도로 넣으면 된다. 나물이 한 주먹 정도라면 다진 파 2큰술에 다진 마늘 1큰술 정도가 적당하다. 설탕은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식용유 대신 들기름을 넣고 볶으면 담백하다.

도움말/마산대학 식품과학부 이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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