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보다 더 좋은 자산은 없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이 일본야구 3년차의 관록을 보이며 ‘요미우리맨’으로도 성공할 것 같은 예상을 낳게 하고 있다.

이승엽은 캠프 초반 두 가지 ‘테스트’를 잘 통과했다. 하나는 지난달 31일의 비공식 훈련. 이날 도쿄에서 미야자키로 이동한 이승엽은 캠프가 열리는 선마린스타디움의 실내구장으로 이동했다. 캐치볼에 이어 프리배팅까지 소화하는 훈련이었다. 이날 요미우리 선수들이 훈련 대신 휴식을 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새 팀에서 열심히 하려는 외국인 선수’라는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지난 1일 캠프 첫날 하라 감독은 이승엽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한국 보도진을 향해서는 “뉴욕 양키스로 간 마쓰이 히데키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한국에서 왕정치 감독의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깬 선수답다”고 말했다. 일본 보도진에게도 “타구의 속도가 마쓰이급”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 들은 이승엽은 “마쓰이는 나보다 확실히 한 단계 위인 선수다. 좀 더 훈련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마쓰이를 따라 잡을 수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라 감독의 코멘트가 진심일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가급적 좋은 말만 하는 일본 지도자들의 습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승엽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하나 그야말로 일본 야구의 영웅인 마쓰이와 섣부른 비교를 하다가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마쓰이가 한 수 위’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첫 인상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일이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두 시즌을 뛰었고 지난해는 30홈런, 85타점이라는 만만치 않은 기록을 남겼지만 요미우리에서는 신인이다.

더구나 일본내 12개 구단 중에서도 가장 팀 분위기가 보수적인 곳이 바로 요미우리다. 삐끗하면 입방아에 오를 수 있는 캠프 초반이지만 지금까지는 잘 적응해내고 있는 것 같다.

/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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