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무거운 배트 들고 프리배팅 ‘펑펑’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30)이 스프링캠프가 시작도 되기 전에 위력 시위를 펼쳤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 25분 도쿄에서 미야자키로 이동한 이승엽은 롯데 마린스에서 요미우리로 트레이드 된 내야수 고사카 마코토와 점심을 먹은 뒤 요미우리가 사용하는 미야자키 운동공원 내 실내구장으로 향했다.

▲ 일러스트/서동진 기자
티배팅 35개로 몸을 푼 이승엽은 곧바로 프리배팅에 임했다. 손에는 배트 헤드로부터 4분의1 지점까지 붉은 색이 칠해져 있는 ‘이승엽 표 1kg’짜리 무거운 배트를 들었다. 2004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프리배팅에서 사용, 일본 야구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그 1kg 배트를 이날도 가볍게 휘둘렀다.

경쾌한 타구음이 텅빈 실내구장 구석구석을 울리는 동안 어느 새 이승엽의 프리배팅은 100개까지 이어졌다. 그 동안 한국에서 개인훈련이 충실했음을 알리는 믿음직스런 워밍업이었다.

이승엽은 이날 1루수 미트를 낀 다음 70m까지 거리를 늘려가면서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1루수가 아니면 외야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구단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승엽 자신은 반드시 주전 1루수로 뛰겠다는 각오를 캐치볼로 표현했다.

이승엽이 이렇게 캠프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훈련에 피치를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도 요미우리가 새로 영입한 용병 조 딜론과 1루수 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이승엽을 채찍질한 것으로 보인다.

하라 감독이 내거는 실력지상주의 체제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이미 30일 한국을 떠나면서 “모든 것은 실력으로 말해 주겠다”고 선언한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훈련을 마친 후 “미야자키는 처음이다.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기분도 좋다. 오늘 연습도 잘 할 수 있었고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승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