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보다 산업화하고 도시화하면서 가족내에서의 노인문제또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노인인구가 갈수록 늘어 가족만이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치매노인도 갈수록 늘고있다. 노인복지의 현주소와 가족속에서의 노인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살펴보았다.

▶노인복지의 현주소

노인복지시설로는 도내의 경우 무료양로원이 마산 성로원·애양원 등 6곳, 무료요양원이 프란치스꼬의 집(진주) 등 4곳 있다. 노인전문요양원은 마산 구산면에 치매요양원이 있고, 사천엔 금성가족 휴양소가 있다. 유료양로원도 양산의 혜성복지원, 합천 가야산실버홈 등 4곳에 불과하다. 노인여가시설로는 노인복지회관·탁로소·노인복지타운 등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시설로는 보기 어렵다.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고 해봐야 노인의 날(10월2일)이나 어버이날 경로잔치하는 수준이다. 그외의 재가노인복지사업이나 노인건강진단과 같은 프로그램도 저소득층을 감안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경남도만의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노인정책이나 지원의 미비함이 여실하다. 노인정책이란 모든 노인이 경제적 안정·가족생활·위생·교육·문화·오락 등 사회생활상의 기본적 욕구의 충족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일반적 대책을 말한다.

우리나라 국가예산중 사회보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88년 4.5%, 90년 5.2%, 96년 6.0%로 소폭 증가했지만 노인복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8년 0.03%, 90년 0.17% 정도에 불과한 것에서도 잘 알수 있다.

사회가 급변해감에 따라 가족의 형태, 구성원의 가치관도 새롭게 바뀌어가는데 노인정책의 부재는 이러한 변화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창원대 아동가족학과 김은경 교수는 “가치관의 변화는 피부로 실감할 정도다. 노부모부양문제만 봐도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장남이 반드시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지않고 능력있는 사람이 부양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지금의 고령화추세로 보면 한 부부가 4명의 노인을 부양해야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조부모와 부모부양)며 수정핵가족이나 확대가족 등에 세제혜택 등의 이점을 제공해주는 시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치매와 부양

과거엔 가족관계가 수직적이었다. 부모부양은 물론 효의 개념도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부부관계가 변해가듯이 가족관계는 보다 수평화하고 있는데도 노인가족은 그것이 쉽지않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특히 대중매체속의 노인은 자녀들로부터 대접받는 모습이어서 괴리감을 조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소선(39)주부는 “시어머니가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노인은 팔자도 좋다. 며느리가 참 잘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내딴엔 하느라고 하는 것도 소용이 없어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고부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와 사는 노인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손자손녀라도 거두면 몸은 힘들어도 나름대로 집안에서 역할이 있어 당당한데, 애들이 자라면 찬밥신세가 되지않을까 여긴다. 치매라도 걸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없는 가운데서 가족중 치매환자가 생기면 가족이 부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 이해하는 차원의 부양이 아닌 ‘며느리 혼자 져야 할 짐’으로만 여겨진다는 점이다.

간간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며느리의 치매 시어머니 살해사건 등은 심각한 패륜현상이기는 하지만 ‘치매는 더 이상 가족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2000년 현재 65세이상 노인중 치매환자는 줄잡아 약 28만명. 65세이상 노인인구의 약 8.3%에 해당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전국적으로 치매요양시설은 열손가락 안쪽에 불과하다. 도내는 1곳이 있다.

치매노인의 출현율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80~85세에서는 노인 7~8명당 1명 꼴로, 85세 이상에서는 노인 4명당 1명 꼴로 치매가 발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97년부터 치매상담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치매노인 신원확인용 팔찌를 보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치매는 특별한 누군가만이 걸리는 것이 아닌 이상 질병차원에서 다뤄져야 마땅하다. 가족구성원도 서로 협조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남부끄러운 일로 여겨 쉬쉬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이웃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직한 방향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듦에 따라 노인부양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마땅하다. 말로만 ‘노인을 경시해서 문제’ ‘노인문제가 심각’하다고 떠들 것이 아니라 노인을 경시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문제를 풀어가는 정책의 수립이 시급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정책수립도 노인만 따로 떼어서 보기보다 노인이 있는 가족의 문제로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일각에선 사회가 이렇게 많이 변해서 가치관도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또 한편에선 전통적 의미의 효사상만 강조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을 찾기가 힘들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노인의 사회화를 위해 각종 프로그램이 복지기관단위에서 이뤄지고 있으므로 가족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서 노인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는 것도 건전한 가족관계조성에 도움이 된다.

경남종합사회복지관 노인주간보호소에서 일하는 민지영씨는 “현재의 노인들이 사회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지극히 이기적인 성향을 가지는 것이 사실 이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성을 갖게되고, 가족구성원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노인의 사회성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주간보호소엔 하루 50~60여명의 노인이 이용하며, 독거노인과 자녀동거노인의 비율이 반반씩이다. 또한 치매노인이 생길 경우 지역보건소에서 운용하는 치매상담센터를 활용해서 도움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원시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 가정방문 등을 포함한 상담활동을 하고있다”면서 “센터가 생기던 98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는 했는데 아직도 가족중에 치매환자가 생기면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창원보건소에서는 매주 목요일 경증치매노인을 대상으로 건강체크·목욕· 놀이 등 주간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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