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YMCA]삼계초교 허재희군의 생태학교 체험기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오고 가는 나에게 ‘파브르 생태체험학교’는 마음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처음에 엄마의 선택 때문이었다. 그래서 불만도 많았다. 푹 쉬고 싶은 일요일까지도 빼앗겨 버리는 것 같아서 억울했다. 하지만 지금은 ‘파브르 생태체험학교’로 나의 손을 이끌어 주었던 엄마께 고마워하고 있다.

   
봄에는 작은 들꽃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가을에는 메뚜기와 함께 폴짝폴짝 뛰놀았던 시간들이 지금은 참 소중하다. 만약 ‘파브르 생태체험학교’가 아니었다면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컴퓨터 게임이나 하면서 일요일을 얼렁뚱땅 보냈을 것이다.

복수초, 얼레지, 은마타리, 동의나물, 비비추, 원추리, 노루귀, 구슬붕이, 하늘매발톱꽃, 큰꽃으라리 이런 들꽃들이 우리의 산과 들에 철따라 피어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우리 꽃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속철도 개발로 인해 슬픔에 잠겼던 천성산 도롱뇽을 만나고, 작은 생명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사람들이 쳐 놓은 올무에 걸려 반달곰이 죽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7월에 우리가 만나고 온 반달가슴곰은 지금쯤 잘 지내고 있을까? 겨울 맞을 준비는 잘 했을까? 편안하게 겨울잠을 자고 봄에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에게 안부를 전한다.

하천에서 바다까지 배를 타고 떠났던 생태여행의 뱃길에서 만났던 개구리, 피라미, 버들치들은 잘 있을까? 꼬리에 노란 불빛을 달고 짝을 찾아다니던 반딧불이는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았을까? 건강하게 자라서 푸른 지구를 함께 지키자는 우리의 약속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는 날씨도 점점 추워지는데, 나는 옷장에서 툭툭한 옷도 꺼내 입었는데, 그 친구들의 소식이 문득 궁금해진다.

시월에 찾아간 곳은 산청군 차황면의 넓은 들판이었다. 산청군 농민회에서 우리의 체험을 허락해 주셨다. 일년 내 햇살과 바람과 비님은 농부아저씨들을 도와서 누렇게 익힌 곡식으로 풍성한 식탁을 차려 놓았다. 가을 들판은 쳐다만 봐도 배가 불렀다. 사회시간에 배운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들었던 옛날 사람들과 풍성한 가을 들판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

농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 재배법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그 곳에는 메뚜기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는 메뚜기의 행동을 눈여겨보았다. 메뚜기의 몸은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곤충의 대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입은 아래를 향하고 더듬이는 가늘었다. 우리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한 쌍의 커다란 겹눈과 세 개의 작은 홑눈을 가지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다.

드디어 메뚜기와의 술래잡기가 시작 되었다. 당연히 우리가 술래였다. 모둠을 나누어 누가 많이 잡나? 내기를 했다. 메뚜기는 정말 대단한 뜀뛰기 선수였다. 2미터 이상을 훌쩍훌쩍 잘도 뛰는 메뚜기를 따라 우리들도 가을 들판의 벼메뚜기가 되어 신나게 놀았다. 우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 준 메뚜기를 가을 들판 속으로 돌려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번 경주에서 본 솟대가 생각난다. 새해에는 맑은 물과 푸른 숲이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어 달라는 소원을 솟대 끝에 달아 놓으려고 한다. 우리들이 자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동안, 솟대 끝에는 나의 소원이 해마다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소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마산 삼계초교 3년 허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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