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

학생회 법제화 문제를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12월 22일 구논회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4명이 중·고등학교 학생회를 법제화하고 학생회에서 학생생활규정 개정시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은 ‘학생의 자치활동을 보장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훈련하기 위한 공간으로 민주적 학생회의 법제화가 매우 필요하다며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립학교연합회를 비롯한 사학단체와 보수적인 언론들은 학생회를 법제화하면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이라기보다 교내 세력이 대결하는 혼란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사회와 학부모회를 비롯한 학생회의 법제화는 대통령의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 그 구성원인 학생이 그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기구가 구성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도 초·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치활동 기구인 학생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무는 있어도 권리가 없는 유명무실한 학생회로서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실천도장으로서 구실은 물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학생회의 법제화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생회가 ‘법적 권한을 앞세워 학교장에게 학교운영과 관련된 유·무형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다. 학생회가 법제화된다고 해서 학생들의 요구가 결정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는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교사회도 있고 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도 있다. 이러한 의사결정 기구가 구성원의 주장을 대화와 타협이라는 토론 과정을 거쳐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결되고 집행된다. 학생회가 법제화되면 교내세력간의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세력들은 그들의 부정과 비리가 학생들 앞에 드러날 것이 두렵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부터 선거연령도 19세로 낮아지는데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초등학생까지 스스로 대표를 선출하는 시대에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어떻게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제 학생회 뿐만 아니라 교사회와 학부모회도 학교의 민주화를 위해 당연히 법제화되어야 한다.

△ 동아 2005년12월 27일 ‘중고교까지 정치판 만들려 하나’

△ 문화 2005년12월 26일 ‘학생회 법제화는‘제2사학악법’이다’

△ 중앙 2005년12월 27일 ‘사학법 이어 학생회 법까지 만든다니’

/김용택(마산 합포고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