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중국집 ‘구강춘’, 마산 ‘낙원 떡집’

사람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식당 간판이 몇 번이나 내려졌다 올려졌다 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해가 바뀌어도 예전 그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음식점은 입소문을 따라 물어물어 가야 한 집 겨우 나올 정도다.

더군다나 할아버지 아버지 대를 이어 손맛을 이어가고 있는 집은 더 찾기 힘들다. 아무리 할아버지의 전통 맛을 잇는다 해도 정성이 없으면 맛도 변하기 때문이다.

“질 좋은 재료 받쳐줘야 제 맛 살아요”

 


남들 쉴 때 못 쉬고 놀 때 못 노는 일이 음식 장사다. 그래서 으레 부모는 자식이 대를 잇겠다고 하면 말리는 게 3대 가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김해 진영역 앞에서 중국집 ‘구강춘’을 이어오고 있는 2대 손덕형(57)씨도 처음에는 아들 손국강(29)씨가 이어받겠다는 것을 반대했다. 50년 전 화교인 부친이 중국 산둥에서 남쪽으로 피난 오면서 지금의 구강춘 자리를 잡게 됐다. 아버지인 손덕형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 손국강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의 보조를 맡겠다고 자처했다.

그렇게 10여 년. 아직도 손국강씨는 보조다. 손덕형씨는 아들이 2대째 이어오고 있는 손맛을 따라잡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인 아들도 때가 될 때까지 계속 배울 생각이다.

“여기 오시는 손님들은 절반이상이 10년 넘게 우리 식당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할아버지 때부터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은 아버지가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할아버지 맛 그대로라고 말씀하시죠. 저도 그 정도는 돼야 이어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낙원 떡집’ 백원석(27)씨도 할아버지를 이어 떡을 만들고 있는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자랐다. 지금도 고성 배둔에서 옛날 방식으로 떡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 아버지는 아들이 물려받겠다는 것을 한사코 말렸지만 아들의 의지는 막지 못했다.

   

구강춘 - 탕수육에 케첩 대신 순수양념, 햄·맛살 전혀 안써

‘떡집이 내 밥그릇’이라 생각한 백씨는 고등학교를 마치자 마자 아버지 밑에서 배우려고 했지만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그리곤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여름 마산 어시장에 떡집을 차렸다.

떡집을 차리기 위해 결혼도 했다. 아무래도 손놀림이 섬세한 아내가 폐백 떡을 만드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해 일단 결혼하고 본격적으로 이 떡집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 어시장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손님들이 젊은 사람이라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젠 입소문으로 손님이 부쩍 늘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이 일을 안 했을 겁니다. 예쁘고 맛있게 나온 떡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거든요. 그 즐거움 때문에 이 일에 푹 빠져 살아요.”

△ 맛 비결 - 재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고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3대 집의 비밀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재료에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사실 중국집은 말린 것이 많아서 재료의 신선함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만 아버지는 재료의 신선함의 차이가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낙원떡집 - “소금간·물 반죽 생명…우리집만의 떡 개발 중”


다 같은 자장면이라도 구강춘 자장면 맛이 다른 이유는 신선한 야채와 해물이 듬뿍 들어갔기 때문이죠. 구강춘 탕수육이 다른 집과 구별되는 것도 케첩을 쓰지 않고 순수양념으로만 맛을 낸다는 겁니다.”

‘낙원 떡집’ 백씨는 고성에서 떡집을 하고 계신 아버지에게서 최고의 쌀을 직접 받아온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라’ 아버지가 떡집을 하게 허락해 주시면서 이 말을 가장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면서 돈을 더 받더라도 재료는 좋은 것을 쓰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가끔 손님들이 이거 다른 쌀과 섞어 쓰는 거 아니냐고 하면 항상 속상하죠.”

아버지가 물려주신 떡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백씨는 떡은 소금간과 물 반죽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작년 쌀은 수분함량이 낮고 햅쌀은 수분함량이 높다. 보슬보슬하거나 진 감을 느껴가며 물을 넣고 반죽을 한다. 자칫 정신을 다른 곳에 팔다가는 약간 질어질 수도 갈라질 수도 있는 법. 온 정성을 쏟아야 제대로 된 떡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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