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증오의 벽 함께 넘어섭시다

새 천년이 왔다고 감동에 젖었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2006년이 되었습니다. 새 천년의 첫 태양이 떠오르던 날 아침, 저는 가까운 바닷가에서 붉은 해를 맞았습니다. 다가오는 세기가 지나간 세기보다 나아지길 빌며 수평선 위로 치솟는 붉은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 허정도 대표이사

독자 주주님들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새천년 첫 해를 맞았을 겁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예나 제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갈등과 다툼의 양이 부쩍 많아졌다는 느낌입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라고도 하지만 왠지 제 눈에는 이기심에 기초한 공동체의 분열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2006년 올해도 역사는 우리에게 수많은 도전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희망과 기쁨도 맛보겠지만 좌절과 분노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의 어려움과 불만족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우리를 혼란스럽게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대의를 향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필연코 한국사회를 진보적 발전으로 끌어가리라 확신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우려할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잣대로 통합되기보다는 집단적 감정에 의해 표출되고 이끌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수의 정당한 주장이 묵살되기도 하고 집단 간의 차이가 차별이 되어 상하를 결정짓기도 합니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사회의 전통에도 반할 뿐 아니라 사회 통합의 가능성을 단절시킨다는 점에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나쁜 징후입니다.

양극화 현상은 우리의 미래사회를 불안하게 합니다. 현 지식정보사회를 두고 어떤 이는 ‘한 사람이 1000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1000명이 그 한 사람과 동격의 인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라면 결코 행복한 사회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이 가지고 많이 배운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유시장체제에서는 능력대로 경쟁하며 사는 것이 미덕’이라고. 그러나 못 가지고 못 배운 사람들은 ‘언제 공정한 경쟁 한번 해 보았느냐’고 묻습니다. 문제는 구성원 간의 반목과 갈등이며, 우리 사회의 아픔은 관용과 신뢰의 상실입니다.

지식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스스로 가진 자라 생각하는 이라면 공동체 모두의 행복에 대해 걱정해야 합니다. 공동체가 파괴되면 가진 자의 행복은 누구와 더불어 누리겠습니까.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둘로 나누어진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성장 논리만으로 이들의 삶을 덮어버린다면 우리의 미래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유지되었고 이들 때문에 오늘의 한국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주 독자님들도 경험하듯이 과거에 비해 이 시대가 우리에게 베푸는 것이 많습니다. 보다 따뜻한 옷과 기름진 음식, 각종 정보통신기기를 통해 누리는 첨단기술 산업의 혜택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분명 상상치 못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민족의 분단, 맹목적인 지역갈등, 계층간 몰이해라는 암울한 굴레를 기어코 떨치라는 요구입니다. 분열과 증오의 벽을 화해와 평화의 이름으로 넘어서라는 요구입니다.

우리 신문은 미력을 다해 이 벽을 넘고자 합니다. 주주 독자님들과 함께 기꺼이 넘고자 합니다. 새해에도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눈길은 언제나 아래로 향하겠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생산하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작년 한해, 시련과 갈등도 많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시련과 갈등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행복한 순간들을 더 많이 기억하며 새해를 시작합시다.

여러분의 신문 경남도민일보도 병술년 새해 첫 발을 희망으로 내딛겠습니다. 기쁨과 희망 가득 찬 새해가 되기 바랍니다.

새해 아침 허정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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