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점포에서 세를 얻어 영업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건물이 부도 등으로 넘어갈 경우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몽땅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전세금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비, 입주 당시 전 세입자에게 주는 권리금도 전혀 돌려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3년부터 마산 오동동 3층짜리 상가 2층을 전세 5500만원, 월세 240만원에 얻어 음식점 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53·마산시 산호동)씨.

김씨는 99년 4월 세들어 있는 건물이 법원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원래 건물주인인 ㄱ씨가 사업이 부진한데다 자금회전이 좋지 않아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ㄱ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전세금을 찾아볼 생각을 했으나 ㄱ씨의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승소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전세금에 해당하는 돈을 달라고 법원에 배당신청을 하려고도 했으나 등기부상에 김씨 이름으로 전세권 설정이 돼 있지 않아 이마저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전세금 55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새 주인과 앞으로 4년 동안 해마다 10%씩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전세금 3200만원, 월세 132만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당시 입주해 있던 상인 10명 가운데 6명은 재계약하지 못한 채 빈털터리로 떠나고 말았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큰 타격이지만 다른 사람보다는 나은 편”이라며 “1층에서 전세금 2억원과 권리금·시설비 2억여원 등 전 재산에 빚까지 얻어 투자했던 아주머니는 이사비용으로 1000만원만 받았을 뿐 폭삭 망하고 말았다”고 했다.

김씨의 가게 옆에서 술집을 하고 있는 강모(42·마산시 월영동)씨도 비슷한 처지.

지하 80여 평에 권리금과 시설비 1억여원과 전세금 5000만원을 들인 강씨도 주인이 부도를 맞아 건물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려야 할 처지가 됐다.

새 건물 주인은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하지 않으려면 가게를 비우라는 식이지만 강씨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 밖에도 최근 마산시 월영동 ㅍ의류전문상가를 임대분양한 ㄱ건설이 부도 위기에 몰려 은행 등 채권자들이 권리 행사를 할 기미를 보이자 전세권을 설정하지 못한 입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고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11일에는 마산시 석전2동 ㅎ빌딩에 입주해 있는 상인 10여 명이 류모(36)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마산동부경찰서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류씨 부부는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ㅎ빌딩이 부도로 법원 경매에 넘어가자 자기 이름으로 낙찰받아 재분양해 주겠다며 상인 10여 명으로부터 모두 6억여원을 받아챙겨 달아났다.

당시 류씨 부부는 ㅎ빌딩 1층에서 대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사기 당한 상인들은 모두 전세권이 등기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소규모 상인들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4월부터 소규모 상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창원지부(위원장 권영길)에 따르면 △창원시 대방동 성원임대아파트 상가 40여명 △상남동 성원주상가 49명 △중앙동 성원오피스텔 40여명 △상남동 대호상가 40여명 △중앙동 성안빌딩 40여명 △중앙동 중앙시장상가 100여명이 건물주의 부도 등으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봤거나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동당 창원지부 김윤규(49·창원시 신월동) 부위원장은 “건물주인의 횡포로 괴로움을 겪는 상가 세입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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