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진해시의회가 불과 1주일전에 부결시켰던 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것을 두고 관가를 중심으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문제의 안건은 시가 옛 우리은행 땅과 건물을 사들여 여성회관과 도심형 보건지소로 활용하겠다며 제출한 것이었다.

   
당초 의회는 충무동 27-15에 있는 이 땅과 건물은 주변 교통상황과 주차여건 등이 좋지 않아 여성회관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집행부의 안건을 부결시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의회가 부결시킨 안건을 집행부가 그날 곧바로 의회로 보내 다시 임시회를 열어 가결시켜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내년 예산에 반영시키기 위해 시급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의회로서는 의사봉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되돌아온 안건에 대해 ‘의회를 어떻게 보느냐’고 따질법한 일이지만 의회는 1주일만에 임시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시는 이 의결을 근거로 이미 편성돼 있던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에는 이 건물과 땅 매입 자금으로 24억8000여만원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는 이 돈으로는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당초 30억원에 공매하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27억원 선까지 판매가를 낮췄다. 시는 협상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시는 2곳으로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24억 8000여만원을 예산안에 반영한만큼 그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일 처지는 아니다. 더구나 의회가 이 계획을 가결하면서 “매입 가격을 인하하는” 조건을 주문했다.

이처럼 실행 가능성이 낮은 일을 시나 의회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급하게, 결정을 뒤집어 가면서까지 추진하려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처음 의회가 이 안건을 부결하자 일부 여성단체 간부들이 의원들을 개별 방문하거나 전화로 원만한 처리를 당부했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별로 선심성 예산안 심의가 나오고 있다는 말들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1주일만에 손바닥 뒤집기하듯 부결에서 가결로 통과시켜준 진해시의회의 심의가 선거에서의 여성표를 의식한 행정, 의정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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