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3000원의 행복’

어머니 품같이 넉넉한 늙은 호박과 손맛 담긴 장독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적어도 몇 십 년은 된 듯한 몸통 굵은 키 작은 나무들도 우거져 있다.

마산 양덕동 ‘향미림’에 들어서면 마치 어릴 적 외가를 찾은 듯하다. 집을 식당처럼 꾸며놓은 이 곳은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 따뜻한 구들장에 온 몸을 녹이고 싶을 때 그만이다.

   
 
 
모든 메뉴가 3000원. 이 집의 간판메뉴인 소고기 국밥을 시켰다. 참, 맛이 착하다. 조미료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국물 맛이 진하고 맑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다.

주인아주머니 박희순(51)씨는 5년 동안 동마산병원 영안실에서 소고기 국밥만 끓였다. 영안실 국밥은 남녀노소 입맛에 맞춰야되기 때문에 무척 까다로워 맛이 좋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그는 꼭 한우만 쓴다.

푸줏간을 직접 운영하는 몇 안 되는 한 식육점과 거래한다. 한우를 쓰면 오래 끓이면 끓일수록 소고기 국물이 우러나와 제 맛을 더한다. 하지만 수입고기는 오랜 시간 동안 끓이면 텁텁한 맛이 남아 맛이 없다고.

아침마다 장을 본다. 해물은 어시장에서, 야채는 새벽에 한아름 머리에 채소를 얹고 나오는 역시장 할머니들에게 산다.

모든 메뉴를 시키면 맨 처음 풋풋한 향을 가득 담은 허브야채가 나온다. 시원하고 새콤한 소스로 무친 참나라 ∙ 돌나물 ∙ 치커리 ∙ 적근대 ∙ 정경채 등 10여 종류.

   
 
 
“야채를 먼저 먹으면, 입안을 상큼하게 해줘 음식 맛을 돋운다고 해요. 그래서 항상 식사전에 허브야채를 올립니다.” 주인아저씨가 야채를 먼저 놓는 이유를 조근조근 늘어놓으신다.

비빔밥부터 소고기국밥까지 따뜻해야만 맛있는 음식은 모두 돌솥에 담겨 나온다. 어머니의 세심함이 오롯이 묻어난다. 몸과 마음에 포근함을 안고 나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마당 뒤쪽에서 한창 무를 다듬고 있었다. 반찬으로 나오는 3가지 다양한 김치들은 손수 담근다며, 손을 호호 불며 그 많은 무를 혼자서 씻고 있다. “어머이, 잘 먹고 갑니더” 한마디가 절로 나온다.

△ 위치 : 마산시 양덕동 155-13

△ 전화 : (055)295-3082

△ 주요메뉴 : 소고기 국밥 ∙ 돌솥 비빔밥 ∙ 해물 칼국수 ∙ 해물라면 ∙ 해물파전 ∙ 도토리묵 ∙ 손두부 ∙ 허브야채 ∙ 허브돼지수육 ∙ 동동주 등 모두 3000원. 감자탕 대 2만원 ∙ 중 1만5000원, 소고기 등심 1인분 1만3000원, 돼지주물럭 대 1만원 ∙ 중 5000원.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 주차 : 불가능

△ 카드 : 모든 카드 가능

△ 쉬는 날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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