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족행위 아니다” VS “사대주의 성격 짙다”

친일논쟁으로 위암 장지연을 기리는 각종 지원과 기념사업이 중단되는 등 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역에서 열린 학술토론회장에서도 장지연에 대한 ‘공방’이 펼쳐졌다.

25일 경남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유창국)가 ‘친일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경남지역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연 2005년 전국학술대회에서 경남대 김남석 교수는 ‘장지연과 친일문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장지연 선생이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글을 싣는 등 친일행위를 한 것은 명백하지만, 반민족행위나 맹목적인 사대주의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평가한 뒤 “그를 조선총독부 체제 속에서 인민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장지연의 <경남일보> 시절 대표적인 친일행적으로 꼽히는 1911년 11월 2일자 천장절 축하 기념한시를 게재한 데 대해서도 “당시 <경남일보>의 성격과 장지연의 역할과 한계, 사회상황을 동시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경남일보>에서 장지연의 역할이 큰 것 같지만 황현의 ‘절명시’를 게재한 이후 신문이 정간되면서 장지연의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고, 이후 신문에서 사설란이 사라진 만큼 장지연의 역할이 거의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에 김경현씨가 제기한 ‘주필책임론’과 맞서는 주장이다.

“당시 사회상황 등 고려…인민 삶에 관심”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훤주(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장지연은 <황백인종전>에서 동양의 패자인 일본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한 만큼 자발성이라는 측면에서 사대주의적 성격이 짙다”면서 “여태껏 장지연의 친일행적이 과소평가되고 더불어 <시일야방성대곡>이 그를 과대평가 하는 대표적인 본보기가 됐다”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방성대곡>의 요지를 △동양삼국의 분열 조짐을 만드는 조약을 이토가 제출한 데 놀랐고 △고종이 강력히 거절했으므로 성립되지 않았으며 △대신들은 개돼지만도 못하므로 △2000만 동포가 궐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간추린 뒤 “일본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친일행적 과소평가...일본 대한 기대 강해”

또 이날 학술대회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참여한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장지연을 “당초의 비판적인 인식과 달리 <매일신보>에 자신의 이성과 감성으로 체득한 내용을 글로 표현하였고, 그 글의 성격도 단순한 한시나 수필·만필·기행·풍속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일제의 조선통치를 직간접으로 인정하거나 칭송하는 것이라는 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해 김훤주 기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공방’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였는지 학술대회 끄트머리에서 종합토론 사회자인 김재현 교수는 “친일 문제를 살필때는 일제 강점 당시에 강력한 ‘검열체제’가 작동했던 만큼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글자만 보고 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둘러서 김남석 교수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편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경남 신항 일대 타자(他者) 경험의 유적과 역사 바로 세우기-임진왜란, 러일전쟁, 식민도시의 일본 관련 유적을 중심으로’(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 ‘경남지역 부왜문학 연구의 과제’(박태일 경남대 인문학부 교수),‘친일청산을 둘러싼 쟁점과 친일인명사전’(이용창 민족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대한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종합토론이 잇따라 펼쳐졌다.

박태일 교수는 “부왜문학 연구의 과제를 △사실 확인을 위한 1차 사료 확대 △연구대상 확대 △이름이 빛남에 상관없이 대상 작가들을 더욱 넓혀야한다고 제시하면서 “부왜 문학인들의 경우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은폐를 통해 문학적 명성과 문단권력을 누려왔으며, 그 핵심에 청마 유치환을 비롯한 경남지역 작가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며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진순 교수는 “한반도에서 평화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DMZ와 ‘남해안 벨트’를 꼽을 수 있다”며 “신항 일대만 하더라도 왜성을 비롯한 여러 유적들이 많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동북아 평화를 위한 ‘기지’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제 이러한 유적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하며,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적지를 통한 역사공원 조성의 중요한 전제로서 “‘철거’(제국침략 유적)와 ‘존속’(관광상품화)을 넘어 ‘바로 세우기’가 더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박태일 교수가 줄곧 사용하고 있는 ‘부왜’라는 단어에 대해 도진순 교수가 “부왜라는 단어는 인종차별적이고, 무조건적 모멸이 포함된다”며 “당대인식의 한계 등을 고려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함께 민족문제연구소의 ‘서울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민족연구소가 지난 8월 1차로 발표한 친일행위자 명단에서 청마 유치환이 제외된 것을 두고 통영에서 온 최정규씨는 “유치환에 대해선 지역에서도 많은 논의들이 있었고, 모임들도 있다”면서 “선정과정에 지역 사람들이 쌓아온 여러 성과들도 충분히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참석자들은 앞으로 친일 연구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쓰자고 제안했으며, 이번 토론회를 바탕으로 경남지역에서 보다 활발하게 친일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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